독일의 희한한 법 논란

입력 2015-07-19 21:29
독일 정부가 50년 이상 되고, 15만 유로(약 1억8700만원) 이상인 예술작품의 경우 당국에 신고하고, 이들 작품들의 해외 반출 시 사전에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예술가들과 수집상들은 “마치 나치 시대 유대인 콜렉터들을 탄압하기 위한 구시대적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은 모니카 그뤼터스 독일 문화부 장관이 추진하는 것으로 다음달 중 국무회의를 거쳐 의회에 제출될 방침이다. 독일 정부가 이 법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12월에 이뤄진 뉴욕 크리스티 경매 때문이다. 당시 독일의 한 지방정부와 현지 카지노업체는 자신들이 소유한 앤디 워홀의 유명 실크스크린 작품 2점을 경매에 출품했고 1억5200만 달러(약 1800억원)에 낙찰됐다.

이 경매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 내에서는 중요한 현대 작품들이 미국에 반출됐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그뤼터스 장관도 현지 일간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당국도 모르게 뛰어난 작품들이 해외에 수출되는 걸 막고 싶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예술가들과 수집상들은 추진되는 법이 미술작품 거래 시장을 위축시키고, 콜렉터들의 자산가치도 깎아먹는다며 입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주 독일 박물관 협회와 예술가, 갤러리 운영자, 수집상 등 300여명은 문화부 장관에게 입법 취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특히 1909년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법이 제정돼 지금도 시행되고 있지만 이 법은 사망한 작가의 50년 이상 된 작품에 한해 이동의 제한을 뒀지, 독일처럼 생존작가의 작품까지 이동을 막지는 않았다고 입법 반대론자들은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