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동의 패권국가’로 부상할 가능성 높다

입력 2015-07-19 21:30
이란 핵 협상 결과는 중동의 미래를 어떻게 변모시켜 놓을까.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지만 공통적인 것 한 가지는 이란이 기존의 시아파 맹주라는 제한적 위상에서 벗어나 ‘중동의 패권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울러 중동에서 새로운 외교적 합종연횡이 잇따르면서 이 지역의 지정학적 지형도 급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19일(현지시간) 이란 핵 협상 결과에 대한 분석기사에서 “이란 없이는 중동의 제반 문제들이 결코 해결될 수 없음을 서방국가들이 인정해준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란은 중동의 주요 현안에 거의 다 개입돼 있다. 현재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시아파 정권은 이란의 자금 및 군사 지원이 없으면 언제든 금방 무너질 수 있다. 예멘의 정부군을 수도에서 몰아낸 후티 반군 역시 이란이 배후조종하고 있다.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도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라크의 현 시아파 정권도 이란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 이란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척결하기 위해 이라크에 파병한데 이어 지금은 미국과 공동작전까지 펼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런 이란의 개입이 주로 시아파 맹주로서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핵 협상 이후 이란은 패권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7일자 분석에서 “이란이 거둔 핵 협상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무기 도입 제재가 풀린다는 점”이라며 “이란이 미사일 도입 등을 통해 군사강국으로 변모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욱 공격적으로 중동의 현안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8100만 인구대국인 이란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경우 마치 중국처럼 군사와 경제 양축을 바탕으로 중동에서 패권을 차지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그 과정에서 중동의 ‘외교 지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4일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이란이 ‘해결사’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터키도 이란에게 그런 역할을 주문해왔다”고 전했다. 이란의 중재로 전 세계의 가장 골치아픈 분쟁이 종식될 경우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얻을 ‘외교적 자산’이 아주 클 것이라고 가디언은 예상했다.

이란의 부상과는 달리 사우디아라비아의 위상이 흔들리고 미·사우디 간 유대도 손상될 전망이다. 사우디 국영방송 채널1의 유명 앵커인 무함마드 알모햐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미국의 유대가 돈독해지면 사우디가 미국을 등지고 러시아·중국과 손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에서의 이런 변화는 아시아 외교도 변화시킬 수 있다. FP는 “미국은 그동안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에서 지불해온 비용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고 그런 불만이 이란과의 ‘딜(협상)’로 이어졌다”면서 “이는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도 바꿔놓을 수 있고 그럴 경우 일본·인도가 지금의 사우디나 이스라엘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