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국정원 직원 그가 맡았던 분야는

입력 2015-07-19 17:00
구성찬기자 ichthus@kmib.co.kr/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왼쪽)과 정보위 소속 박민식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자살하기 전 삭제한 자료가 모두 복원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8일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씨는 국정원 내 정보 파트가 아닌 지원 파트에서 20년간 일한 사이버안보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본인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던 작전이 외부에 유출돼 해당 파트 직원들에게 피해가 끼칠 것을 우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출신인 국회 정보위 간사 새누리당 이철우 위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임씨는 전북 익산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이 지역 대학 전산과를 나와 사이버안보 분야에서만 계속 일한 직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본인이 직접 구입해 사용했다. 직원들 간에 신망이 깊은 직원”이라고 덧붙였다.

임씨는 대북·대테러 파트의 직원들이 공작 대상을 선정해서 통보하면 그들에게 기술적으로 접촉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구입한 ‘리모트컨트롤서비스’(RCS)의 경우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상과 접촉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스파이웨어(일종의 바이러스)’를 심는 일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분석해 작업을 의뢰한 요원들에게 전송하는 일도 전담했다.

‘해킹팀’ 내부 자료를 통해 드러난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등에 대한 국정원의 해킹 시도에도 임씨가 전반적으로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기술 지원 파트 내에서 RCS팀을 관장하며 관리·감독 업무를 하는 위치였다.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임씨는 RCS를 도입할 때부터 그 팀의 실무자였다”며 “(정보 파트에서) 대상을 선정해서 임씨에게 알려주면 이를 기술적으로 처리한 뒤 입수한 내용을 담당 직원에게 이관시키는 업무를 하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RCS 관련 업무 전반을 담당했던 임씨는 국회 정보위의 현장 방문 등으로 본인이 처리했던 업무가 외부로 드러나 정보 파트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왔다고 한다. 임씨가 자살 전 대북·대테러 공작활동에 대한 업무 지원 자료를 삭제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RCS팀의 실무자로 일하던 임씨가 이 문제가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된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구입 사실 등을 두고 감찰까지 들어오니까 여러 압박을 받은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지원 파트의 직원들은 정보 파트의 요청을 받아 테크니컬한 부분을 담당한다. 정보 파트와 달리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를 하다보니 소속감이나 충성심이 높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그의 구체적인 경력과 정확한 직위, 업무 성격에 대해서는 “관련 법에 따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임씨에게는 사관생도와 고3 등 딸 둘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국정원 근무를 성실히 했으며, 가족 사이에서도 큰 문제없이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