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씨는 유서에 대테러나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자신이 삭제했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물을 추출하는 기법)으로 해당 자료를 100% 복구 가능하고, 삭제된 자료의 국회 정보위원회 공개도 가능하다고 했다. 20여년간 사이버 안보 분야 전문가로 일한 임씨가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과 정보위 소속 박민식 의원은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임씨가 최근 4일간 잠도 못 자고 일하는 가운데 공황 상태에서 착각한 것 같다”며 “대테러, 대북 공작용 내용이 밝혀지면 큰 물의를 일으킬까 싶어 삭제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임씨는 기술적인 업무를 담당했다. 전산을 담당한 직원”이라며 “정보위에서 (국정원 현장조사를 나와) 내용을 본다니까 (테러 관련 중요 정보들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걱정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임씨는 유서에서 자료 삭제이유에 대해 “외부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자료 삭제 사실을 밝힌 후 벌어질 혼란을 예상했지만 정보와 기밀을 중시하는 국정원 본연의 업무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씨가 삭제한 자료는 국정원이 2012년 구입한 20개 해킹 회선 중 대북 감시용이었다고 밝힌 18개 회선과 관련된 내용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감시 대상이나 대테러 담당자 신분 등 민감한 정보가 모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은 다만 “국정원도 임씨가 자료를 삭제했다는 사실을 유서를 통해 알게 된 것 같다”며 “삭제 시점은 (국정원이) 현재 (복구) 작업 중이니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도 “삭제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지금 확인 중”이라며 “나중에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국정원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까지는 확인이 될 것이고,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국정원 직원, 복구 가능한 자료 왜 삭제했나
입력 2015-07-19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