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쿠바대사관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다시 문을 연다. 1961년 미국과 국교를 단절하면서 폐쇄된 지 54년 만이다.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다.
미국과 쿠바는 이날 워싱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즈 쿠바 외교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주미 쿠바대사관 개관식을 가질 계획이라고 양국의 외교소식통들이 18일 밝혔다.
개관식은 쿠바 대표단을 비롯해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DC 쿠바 이익대표부 건물에서 진행된다. 쿠바 대표단은 애나 마리아 마리 쿠바 의회 부의장과 조세피나 비달 외교부 차관보를 비롯해 30명으로 구성됐다. 로드리게즈 장관은 기념사를 한 뒤 쿠바의 국기를 공식 게양할 예정이다.
주미 쿠바대사관 재개관은 현 쿠바 이익대표부를 승격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후 국교를 단절했던 양국은 1977년부터 이익대표부를 설치해 영사업무를 해왔다. 백악관에서 불과 2.6㎞ 떨어진 16번가에 3층짜리 석회석 건물로 지어진 쿠바 이익대표부는 1916년 설립됐다.
미국 정부도 쿠바 수도 아바나에 위치한 이익대표부를 대사관으로 승격할 예정이다. 다만 공식 개관식은 조만간 케리 국무장관의 쿠바 방문에 맞춰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개관식 직후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국교 정상화 후속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드리게즈 장관은 케리 장관에게 경제제재의 조속한 해제와 미국 관타나모 해군기지 부지 반환, 쿠바 정부 전복을 겨냥한 라디오·TV방송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15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경제제재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쿠바와의 관계 회복은 견고한 당파적 이해를 가진 소수를 빼고는 의회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모든 권한을 이용해 쿠바와의 관계를 진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주미 쿠바 대사관 54년만에 20일 개관,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도 곧
입력 2015-07-19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