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 편의점 강도에서 최고미술상 수상까지 - 호주 화가의 인생역정

입력 2015-07-19 12:57 수정 2015-07-19 13:00
자신의 아치볼드상 수상작 앞에선 나이젤 밀섬. AAP 캡처

마약에 찌든 채 복면 강도짓까지 했던 호주의 화가가 재기에 성공했다.

호주 언론은 화가 나이젤 밀섬(40)이 최고의 전통과 영예를 자랑하는 아치볼드상(Archibald Prize)을 수상했다고 18일 보도했다.

밀섬은 2012년 상금이 3만 호주달러(약 2600만원)인 술만상(Sulman Prize)을 받는 등 재능을 인정받던 화가였다.

그러나 3주 뒤 마약거래상과 함께 복면을 하고 흉기를 든 채 편의점에 침입, 직원을 폭행한 뒤 현금 644호주달러(약 55만원)와 담배, 전화카드 등을 갖고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당시 밀섬은 필로폰과 헤로인 등 마약류에 중독된 상태였다.

하지만 밀섬은 일생의 은인을 만났다.

변호사 찰스 워터스트리트는 재판 기간 내내 밀섬의 재능을 아까워하며 적극적으로 변호에 나섰다.

밀섬의 아버지가 워터스트리트 부모에게 생선을 판 일이 있어서 둘 사이에 인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워터스트리트는 전과가 없는 밀섬이 여자형제와 가까운 친구들을 잃고 충격을 받았던 데다 우울증약 복용을 중단한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사건으로 밀섬은 최대 6년형을 선고받았다.

밀섬은 수감 중에도 붓을 놓지 않았고 2013년에는 최고상금 15만 호주달러(약 1억3000만원)의 미술대전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출소한 밀섬은 이번 아치볼드상에 워터스트리트의 초상화를 출품해 상금 10만 호주달러(약 8500만원)인 최고상에 당선됐다.

밀섬은 17일 열린 시상식에서 워터스트리트에 대해 “나를 도우려 진정으로 손을 내밀었다”며 “내 눈에는 거의 신화 속 인물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함께한 워터스트리트는 “밀섬과 함께한 지난 수년의 경험은 함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며 “이를 통해 둘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