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우화 그림 김영미작가 7월16일~9월9일 중국 윤아르떼 초대전 상하이로맨스 ‘미학적 결혼’에 성공하다

입력 2015-07-18 08:54 수정 2015-07-18 09:12
청춘이란
염원하는 사람들
양심을 재드립니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
김영미 작가와 윤아르떼 박상윤 회장
*9월 9일까지 윤아르떼 초대전 ‘C’est La Vie-삶의 사유와 희로애락의 인간군상’



상하이의 여름밤은 뜨겁고도 열정적입니다. 휘청거리는 불빛은 밤새도록 그칠 줄 모르고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세월도 그렇게 지나갑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추억 어린 시공간의 도시. 중국의 경제중심지이자 유서 깊은 상하이의 풍경은 낭만과 자유가 넘실대면서도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제공하는 이중성을 띤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때로는 뜨겁게 열정적으로 때로는 냉정하고 엄숙하게. 동물우화 그림으로 잘 알려진 김영미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엉이, 당나귀, 호랑이, 새, 소 등 동물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화면에 옮깁니다. 의인화된 동물은 자아의식의 상징이지요. 서울 마포구 성산동 작업실에서 매일 12시간씩 고독과 존재의 본질을 찾아가는 붓질이라고나 할까요.

중국 상하이 윤아르떼 갤러리에서 7월 16일 오후 5시 김영미 작가의 초대전 오프닝이 열렸습니다. 9월 9일까지 54일간 열리는 개인전의 타이틀은 ‘C’est La Vie-삶의 사유와 희로애락의 인간군상’입니다. 미발표작 드로잉 35점과 유화 25점이 걸렸습니다. 화려한 색감, 강렬한 화면 구성, 역동적인 선율 등으로 ‘한국 신표현주의 화풍’이라는 평을 얻은 작품들입니다.

오프닝 행사에는 국내외 인사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현지에서는 주상하이 총영사관의 강승준 영사(재경관), 상하이 한인회장을 지낸 안태호 회장, 상하이 한국문화예술센터에서 8월 2일까지 ‘필묵의 향기’라는 주제로 초대전을 열고 있는 여태명 원광대 미술대학 교수 등이 김영미 작가의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발걸음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권태정 조원실 김영주 박주영 등 김 작가의 지인들이 다수 참석해 응원의 박수를 보냈지요. 관람객들은 ‘양심을 재드립니다’ ‘복날’ ‘본처와 애첩’ ‘예술가로 산다는 것’ ‘청춘이란’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움직이는 사람들’ ‘동작이 있는 사람들’ ‘염원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스토리의 작품에 호기심을 가지고 찬찬히,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이었죠.



*아픔과 슬픔, 사랑과 꿈, 미래와 소망, 희망과 절망 등 삶의 순간순간 담은 그림에 눈길



관람객들은 작가의 솔직하고 날카로운 풍자 작업을 통해 인간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새롭게 체험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에 공개된 드로잉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장 먼저 판매된(빨간 딱지가 붙은) 작품이 종이에 유화로 드로잉을 한 ‘염원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오랜 세월 동안 누드 크로키 등 드로잉 작업을 해온 작가의 실력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불완전한 현실’은 서커스 단원처럼 하루하루 고달프게 살아가는 인간을 묘사하고, ‘애주가가 사는 집’은 작가 자신 삶의 반영이고, ‘양심을 재드립니다’는 갈수록 비양심적으로 치닫는 사회의 단면을 다루고, ‘현대판 삼미신’은 외모에 매달린 채 예쁘고 아름답고 잘나고 싶어 하는 인간 욕망의 비대칭적인 양심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들 모두의 모습이니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전시 서문에서 “작가 김영미의 그림에선 ‘삶’이 묻어난다. 그는 세월의 텃밭에서 자란 인연과 사적 내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그리고, 자신과 관계된 일상의 흔적들을 통해 독자적 표상을 만들어간다”고 평했습니다. ‘일상을 텃밭으로 한 다양한 것들에 대한 시선’이 인상적인 그의 작품엔 소소할 수 있는 일상의 단면과 감정, 기억과 회한들이 이입되어 있다는 거지요.

인간사회에서 느끼는 아픔과 슬픔, 사랑과 꿈, 미래와 소망, 희망과 절망, 실존과 허상 같은 명사들을 다양한 동물과 인물로 구축하고, 때론 정겹거나 따뜻하게, 가끔은 비판적 냉소와 풍자로 담아낸 작품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 모든 것은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소탈하게 옮겨낸 것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의지와 희망을 엿볼 수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요.



*선한 영향력‘의 저자 윤아르떼 박상윤 회장의 열정과 사랑으로 빛나다



김 작가의 전시가 열리는 윤아르떼(yoonarte)는 ‘선한 영향력의 저자’인 박상윤 회장의 열정과 의지로 이뤄진 공간입니다. 지난 5월 14일, 윤상윤 초대전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윤아르떼는 해외진출을 꿈꾸고 있는 유능하고 촉망 받는 한국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기업 운영의 화랑이랍니다.

홍콩과 상하이가 세계적인 아트마켓으로 부상하면서 상윤무역의 박 회장이 면밀한 시장조사 끝에 개관했답니다. 상하이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박 회장은 20년째 상하이에 거주하면서 중국시장에 한국 화가들을 소개하는 가교역할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2008년 설립된 상윤무역은 연간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작지만 강한 종합무역상사로 2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조원 달성이 단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은 예술과 기업경영을 접목시키는 박 회장의 예술가적인 기질과 안목에서 실현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살아온 53년은 김 작가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작가님을 사랑한다.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김 작가와 ‘미학적 결혼’을 올린 셈”이라며 즐겁고 행복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솔드 아웃 염원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다



전시 오픈 행사 다음날인 17일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소주에서 달려온 한 미술애호가가 80호짜리를 비롯해 6점을 구입했다는 희소식입니다. 작가는 감격한 나머지 살짝 눈물이 비치기도 했답니다. 의인화된 동물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에게 김 작가의 작업이 나아갈 지향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죠.

원광대 미술대학과 홍익대 대학원을 나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국내외에서 숱한 전시를 가진 작가의 오랜 노력과 수고가 올곧이 평가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집념과 박상윤 회장의 열정으로 ‘솔드 아웃’(완판)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하이의 밤은 아름답습니다. 김영미 작가의 그림이 있어 더욱 빛나는 상하이입니다.

상하이=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