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금리가 2%도 안 되는데, 월세 전환을 계산할 때는 이자율 7% 정도가 기준이라는 게 말이 되나요?”
경기도 수원에 사는 A씨(39)는 최근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울분을 삼켜야 했다. 지난 5월 말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재계약때 반전세로 계약을 전환하려 하니 미리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주변 전세 시세가 1억원 이상 오른 터라 A씨도 현재 전세보증금 2억9000만원에 최대 1억3000여만원은 더 올려줘야 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주인의 제안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60만원이었다. 연이율 3%대 마이너스 대출을 쓰는 A씨에게 월세 60만원은 전세보증금이 2억원 넘게 인상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집주인이 너무한다는 생각에 주변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갔지만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은 현재 연 7%여서 월세 60만원이면 전세금 1억원 정도 높아진 셈인데, 주변에서 그 수준의 전세는 못 얻는다”는 얘기만 돌아왔다. 아예 먼 지역으로 이사할 게 아닌 이상 A씨의 선택권은 없었다.
소위 ‘반전세’(높은 보증금+월세) 계약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반전세는 월세와 함께 높은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걸어두는데도 불구하고 월세를 결정하는 기준은 과거형 월세와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증금 수천만~수억원짜리 반전세시대…월세 계산은 과거 기준=실제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은 7조 2항에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에는 연 10% 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4배 이내에서 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A씨가 조언을 구했던 부동산 중개소에서 전·월세 전환 시 적용되는 이율이 7% 정도라는 얘기는 당시 기준금리 1.75%를 기준으로 4배를 적용한 것이다. 이후 지난달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0.25% 포인트 더 낮춘 만큼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현재 6%다. 이 상한은 엄밀히 말해 계약기간 중 전세 계약을 월세로 전환해야 할 때를 대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전세를 재계약하면서 월세로 전환할 때 다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 상한이 사실상 ‘적정 월세 전환 수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고된 거래 기준 전국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은 평균 7.5%로 법정 전·월세 전환율 상한을 웃돌았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이자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이자를 월세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지만 정부 입장은 기본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월세에는 집주인이 월세를 못 받거나 떼일 수 있다는 ‘위험 부담’도 반영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월세에는 집주인의 ‘리스크’가 반영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 투자 수익성도 감안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급속히 확산되는 반전세는 과거의 월세와 달리 보증금 규모도 높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팀장은 “현재 반전세는 거의 전세지, 월세라고 보기 어려운 형태”라면서 “그런데 보증금은 그대로면서 월세는 주변 전세금 상승분을 기준으로 (상한만큼) 추가되니 세입자 부담은 엄청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세시장 연착륙? 현실은 고(高)전셋값이 월세에 그대로 전이=문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는 월세 전환율 상한을 현재 4배에서 3배로 낮추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지만 국회 파행 등에 묻히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태다. 과거 전셋값 문제가 월세시장으로 전환되면서 해결될 것이라던 정부의 ‘월세시장 연착륙’ 정책 자체가 판단 착오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월세가격이 안정될 것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전세 높은 가격이 월세로 전이되고 있다”면서 “월세 연착륙 정책에 예상치 못한 변수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근본적이고도 유일한 대안인데 정부는 공급을 확대할 능력은 안 되고, 민간 임대사업자를 적극 지원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어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악! 월세가 왜 이래?… 집주인만 웃고 서러운 반전세
입력 2015-07-17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