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더욱 단단해졌다. 3세 경영을 위한 승계작업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을 통해 그룹승계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강화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기업이지만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채 5%가 안됐다. 특히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그룹 승계 및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높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합병 이후 합병법인의 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지분 4.06%를 끌어안게 됐다. 합병 전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23.2%)과 이부진 사장(7.8%), 이서현 사장(7.8%) 등 오너 3세들이 대주주였기 때문이다. 합병 이후 합병법인의 이 부회장 지분율은 16.5%로 떨어지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하게 된다. 합병법인의 오너일가 지분 합계도 30.4%로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38%까지 물려받으면 삼성전자 지분을 7.44%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또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주식을 7.21%나 갖고 있는 1대주주 삼성생명의 지분 19.3%까지 보유하고 있다. 합병법인은 삼성전자의 실질적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의 대주주로 확실하게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이 얻게 되는 또 다른 이득은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서 기존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과거 삼성물산을 한 축으로 해서 이뤄지던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됐고, 합병법인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보다 단순한 구조가 된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던 구조에서 합병법인을 통해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를 갖게 됐다.
단순화된 삼성의 지배구조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홀딩스(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합병된 삼성물산과 다시 합병하거나, 삼성생명을 금융중간지주회사 등으로 전환해 화재·증권·카드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삼성SDS와 삼성전자도 합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물산은 삼성SDS 지분 17.08%를 보유하고 있고, 이 부회장도 삼성SDS 지분 11.26%를 갖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전자까지 합병되면 오너일가는 삼성전자 지분의 10% 안팎을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에 둘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17일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론에 회의적이지만 여론과 관련법 개정 등으로 분위기가 급변할 수도 있다”며 “결국 여러 주위 상황 등을 고려해 최종적인 지배구조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순환출자구조 단순화·지배구조 재편작업
입력 2015-07-17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