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모집 사무소에서 총기난사

입력 2015-07-17 15:34
유튜브 캡처

아랍 출신 20대 미국 시민권자가 미국 해군모집사무소에서 총격을 가해 해병 4명이 숨지고 경찰 등 3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고, 배후는 드러나지 않았다. 미 당국은 테러사건으로 간주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30분 간격으로 총기 난사=16일 오전 10시45분쯤(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의 해군모집사무소에 포드 무스탕을 몰고 온 한 젊은이가 차에서 총을 난사했다. “빠바바방-” 수평으로 내리 갈긴 총에서 뿜어져 나온 총알은 해군모집사무소 벽에 수십개의 구멍을 내고 판유리를 박살냈다. 바로 옆 건물에 입주해있던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들은 총소리에 놀라 바닥에 몸을 던졌다.

용의자는 30분 후인 오전 11시15분쯤 이 곳에서 11㎞쯤 떨어진 해군 예비역센터에 나타나 다시 총을 갈겼다. 7명의 사상자를 낸 용의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용의자는 무함마드 유세프 압둘라지즈(24)로 쿠웨이트에서 태어나 요르단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시민권자로 밝혀졌다. 압둘라지즈는 채터누가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이웃들은 대부분 그를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상냥하고 예의바른 평범한 젊은이로 기억하고 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단독범행 가능성=아직 이 사건의 동기나 국제테러단체와의 연계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에드 레인홀드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은 “테러사건으로 간주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해군은 사건 현장 인근의 신병모집사무소를 일시 폐쇄했다.

압둘라지즈는 지난 4월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적이 있지만 미 당국이 감시하는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적은 없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수년전 테러리스트와 연계 가능성이 있는 조직에 기부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기소되거나 처벌받지는 않았다.

당국의 조사결과 그의 가족은 테네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채터누가의 중산층 주택가에서 10여년간 살았다. 콜로니얼슈즈 주민회장인 메리 윈터(32)는 “오랫동안 그의 가족들을 알고 지냈는데, 압둘라지즈가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이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압둘라지즈와 두 집 건너 살았던 이웃이라고 밝힌 딘 맥다니엘(59)은 “오래전 압둘라지즈 집에 아이를 맡기러 자주 드나들었다”면서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라 예의바르고 상냥하며 또래들과 잘 어울리는 젊은이로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슬람에 심취=하지만 그는 이슬람에 심취해 주변의 눈길을 끄는 언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단주의 세력을 추적하는 단체인 SITE에 따르면 압둘라지즈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인생은 짧고 쓰다’ ‘무슬림들은 알라에게 복종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고교 졸업앨범에는 ‘내 이름이 국가안보에 경각심을 준다면 당신들은?’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달 초 쓴 글에는 ‘인생은 믿음을 테스트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학창시절 단정한 모습과 달리 최근에는 턱수염을 기르고 다녔다는 게 주변의 증언이다.

이런 행적으로 미뤄 이번 사건도 최근 잇따르고 있는 종교에 심취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이날은 이슬람교도들이 금식수행하는 라마단 기간(6월 18일~7월 16일)의 마지막 날이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