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내가 먼지만도 못한가?” 인분교수 제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일

입력 2015-07-17 00:12
‘인분교수’의 제자는 갖은 학대를 당하면서도,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했다. 친구들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차마 ‘대변이 든 오줌을 마셨다’는 말은 밖에 꺼낼 수 없었다.

경찰이 입수한 인분교수의 제자 A씨(29)와 그의 친구가 주고받은 메일에는 “현대판 노예같다. 지난해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얘기는 안하는 게 나을 거 같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친구와 4월 19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그는 “내가 여기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는 게 공증 때문인 거는 너도 잘 알잖아”라며 “월급 170만원을 받으면 거기서 대출금 갚고, 회사에 돈 꼴아박고, 거기에 근무하다가 잘못하면 벌금내고 그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만은 속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는 “맞는게 너무 힘들어. 그만 좀 맞고 싶은게 있어, 욕먹는 거야 참으면 되지만 맞는 게 너무 아프고 힘들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작년에 맞아서 큰 수술을 3번 했어. 시도 때도 없이 벌서고 맞고, 현대판 노예가 있다면 나인 거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럼에도 교수를 원망하기보다 자신을 책망했다. 그는 “정말 내가 그렇게 먼지만도 못한 인간인가 싶다”며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 엄마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고, 사진이라도 봤으면 좋겠지만, 뭐든지 감시받고 그러다보니 친구나 가족을 만날 수도, 통화할 수도 없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내 핸드폰을 내가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메일이라도 친구들하고 소통해야할 거 같아서 몰래 쓰고 있어”라며 “식당에 나가서 10시 출근에 10시 퇴근해, 그리고 밤 10시부터 원래 회사 업무를 한다”고 신세를 한탄했다.

이어 친구에게도 미안함을 털어놨다. 그는 “친구 B에게도 꼭 전해주라. 내가 친구들한테 연락 받거나 연락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연락을 알고도 못 받은 거라고… 정말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