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넘은 노인들이 아흔 넘은 은사를 모시고 추억의 졸업식을 재연할 예정이어서 화제다.
울산시 북구 농소초등학교의 21회 졸업생 20여명은 오는 18일 모교 도서관에서 ‘할매야, 할배야, 졸업식 하러 가자-추억의 졸업식’ 행사를 연다. 이들은 1949년에 이 학교를 졸업했다. 올해로 졸업한 지 66년이 된다. 가장 나이가 적은 졸업생은 80세, 가장 나이가 많은 졸업생은 84세다. 대부분 백발노인이다. 이들은 이날 졸업식에서 옛 은사였던 이병직(91) 전 울산교육장을 초청했다.
초청장에는 “여든 넘은 제자들이 아흔 넘은 은사님 모시고 졸업 66주년 기념행사를 치르는 일, 하늘 아래 이보다 더 큰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라며 “할매야 할배야 우리 졸업식 하러 가자. 졸업장 받아들고 다시 한번 ‘얼라’(아기의 경상도 사투리)처럼 울어보자”라고 썼다.
당시 2개 반 113명이었던 졸업생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 현재 30여명 정도 남았다. 졸업생들은 70년대 초반부터 매년 분기별로 연간 4차례씩 동기회를 해왔다. 이번 졸업식은 지난봄 동기회 때 누군가 은사인 이 전 교육장을 초청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옛 은사인 이 전 교육장이 제자 20여명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전달한다. 새로 만든 졸업장 케이스 한쪽에는 옛날 졸업장, 다른 한쪽에는 졸업식 노래를 담았다.
제자들은 스승에게 유용하 서예가가 쓴 ‘선생지풍 산고수장’(先生之風 山高水長, 선생님의 위엄은 높은 산과 긴 강만큼 크고 덕망은 오래간다) 족자를 선물로 증정한다.
박만동 동기회장은 16일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학부모-스승의 순서로 스승이 가장 아래”라며 “우리 교단에서 선생님의 권위가 하루속히 회복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이날 학교에 ‘가르칠 교(敎)자’를 적은 ‘사랑의 매’도 전달할 예정이다.
한 졸업생은 “‘敎자’는 ‘배움’과 ‘회초리’를 합한 글자로 ‘회초리로 쳐서 가르쳐 배우게 함’이란 뜻”이라며 “이 사랑의 매가 교권을 회복하는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80대 노인들, 66년만에 추억의 졸업식
입력 2015-07-16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