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담뱃값 인상 반년, 흡연자를 위한 정책은 아직도 없다

입력 2015-07-16 14:52
보건복지부가 흡연율이 약 6%가량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성인 남성 흡연율이 약 35%수준이다. 또한, 금연에 성공한 사람의 약 62%는 담배 가격 인상을 금연의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통계 내용만 보면 꽤 성과가 좋아 보인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하며 목표로 했던 수치를 달성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 복지부 통계는 표본수치가 너무 작을 뿐 아니라 (남성 1262명) 국민영양조사가 아닌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조사 방법이기 때문에 비교 데이터가 없다는 점 등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뿐만 아니라 담뱃값 인상 전 금연한 사람들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흡연율 감소를 담뱃값 인상 정책의 성과로 ‘포장’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이런 통계를 발표한 것은 담뱃값 인상 정책이 금연율을 낮추기보다 세수 확보에 치우친 결과를 가져왔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상반기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조의 세수가 더 확보되었으며, 연간 약 10조의 세금이 담뱃세로 걷힐 것으로 추계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담뱃세 인상을 통해 걷힌 재원은 아직까지 흡연자들을 위한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금연정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올해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 즉 금연정책에 배정된 예산은 약 1475억원이지만 이 중 흡연자, 금연 희망자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예산은 아직 거의 없다.

정부는 담뱃세 인상과 함께 증가된 세수를 적극적인 금연 정책에 사용할 것을 약속해 왔으며, 그 중에서도 금연치료 급여화는 올 하반기에 시행될 것으로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바 있다. 그러나, 메르스 대응 금연치료 급여화를 위해 선행돼야 할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도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연내 금연치료 급여화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금연치료 급여화는 지난 4월 2일 입법예고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일부개정안에 포함되었지만, 의견수렴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법제처 자구 수정 및 국무회의 의결 후 공포 등의 과정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시행규칙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사실상 금연치료에 대한 보험급여 시점은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금연치료 의료진에 대한 상담수가, 차등 인센티브 등에 대한 논의 역시 계속 연기돼 왔으며, 의료계의 의견수렵과 조속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금연치료는 지난 2월 25일부터 건강보험공단의 사업비로 지원사업을 통해 시행되고 있다. 병원 및 의원에서 금연치료를 받을 경우 상담료와 약값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형태다. 그러나, 공단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사업의 지속성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금연치료 참여자는 3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6월 등록자(1만8334명)가 3월(3만9718명)에 비해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한, 현재 흡연자 중 금연시도자와 과거 흡연자의 금연방법을 비교해 보았을 때 의사 처방에 의한 금연치료에 있어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금연시도자들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했다.

실제로, 개인의 의지만으로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3~5%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상담과 금연치료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때문에 정부도 담뱃값 인상을 논의할 때부터 금연치료의 급여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복지부 보도자료에는 금연광고, 금연캠페인,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방안 마련 등에 대해 계획을 포함했지만, 연내 추진하기로 한 금연치료 급여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메르스는 곧 종식 선언을 앞두고 있다. 물론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튼튼히 고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 대응으로 인해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보건복지 현안들이 지체되거나 대충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정책의 성과를 포장하는데 힘을 쓸 것이 아니라, 금연치료 급여화와 같은 서민밀착형 의료정책들을 신속히 처리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