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4월 미국의 한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은 10대 자매 실종사건의 용의자가 40년 만에 붙잡혔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보도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 베드퍼드 카운티 수사당국은 10대 자매 2명을 유괴해 살해한 혐의로 로이드 리 웰치(58)를 기소했다.
웰치는 1975년 4월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당시 12살이었던 실라 라이언과 10살이었던 캐서린 라이언 자매를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40년전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에 사는 당시 12살이었던 실라 라이언과 10살이었던 캐서린 라이언 자매가 갑자기 사라졌다.
라이언 자매는 당시 부활절 장식품을 구경하고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몽고메리 카운티 휘턴플라자 쇼핑몰에 갔다가 증발해버린 것이다. 이들의 시신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 직후 자매의 한 친구는 “장발의 한 남성이 쇼핑몰에서 두 자매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며 얼굴에 여드름과 흉터가 있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백인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경찰은 ‘녹음기를 들고 있는 50대 남성이 자매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는 다른 진술을 받아들여 50대 남성의 몽타주를 언론에 배포했다.
몽타주 배포 다음날 웰치는 경찰을 찾아가 “녹음기를 든 남성이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차에 강제로 태우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 허위 진술로 드러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웰치를 단순히 거짓말쟁이 목격자로 여겼던 경찰이 그를 용의선상에 올린 것은 지난 2013년 재수사에 나서면서다.
경찰은 당시 웰치의 거짓말에 주목해 그의 전과기록을 살펴본 결과 두 차례의 절도 외에 1992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10살 소녀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웰치는 이후 또 다른 10살 소녀를 성추행한 죄로 복역 중이다.
특히 1977년 웰치가 절도 사건으로 처음 경찰에 붙잡혔을 때 촬영한 범죄 피의자 사진(머그샷)이 라이언 자매 실종 직후 친구가 진술한 장발의 남성 인상착의와 거의 그대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심증을 굳혔다.
재수사 과정에서 웰치의 사촌인 헨리 파커는 “웰치가 버지니아의 친척 집에 차를 끌고 와서 개당 60∼70파운드(27∼32㎏) 무게의 군용 더플백 2개를 내려놓는 것을 도와줬다. 더플백엔 붉은색 얼룩이 묻어있었고 뭔가 썩는 듯한 냄새가 났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미제에 빠질 뻔했던 라이언 자매 실종사건이 40년 만에 겨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사건이 아닌 데다 라이언 자매의 경우엔 실종 시점으로부터 재판까지 걸린 기간이 미 사법역사상 가장 오래돼 증거와 정황을 뒷받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미국 10대 자매 실종사건 용의자 40년만에 잡혔다
입력 2015-07-16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