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마신 할머니 “온몸 줄어들어 아기 같았다”

입력 2015-07-16 14:26
YTN 방송화면 캡처

경북 상주시의 한 마을회관에서 살충제가 든 사이다를 나눠마셨던 할머니가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18일 방송된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선 지난 14일 상주시 공성면 금계 1리 마을회관에서 살충제가 든 사이다를 마시고 병원에 실려 갔던 할머니 A씨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A씨는 사이다를 먹게 된 경위에 대해 “복날이라고 음료수를 사먹다가 남은 게 있다. 그걸 누가 냉장고에서 가져와서 한 잔 했다”고 설명했다. 누가 사이다를 갖고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옆에 앉은 할머니들이 따라서 줬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이다의 맛에서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그냥 하루가 묵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며 “회관에는 수돗물이랑 물이 없다. 그래서 시원해서 먹었다”고 말했다.

이상증세는 바로 나타났다. A씨는 “그 자리에서 몸이 실실 돌아갔다. 확 쓰러졌다. 발이 보이는데 아기 발 같았다”며 “말은 안 나오지, 온 몸이 (줄어들어) 아기 같았다. 내 눈에 다 작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 일부러 살충제를 넣었다고 생각한다며 “범인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씨와 함께 사이다를 마신 5명의 할머니 중 1명은 숨지고 나머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사이다에 들어간 살충제는 해충 방제 등에 쓰이는 고독성 농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종류의 살충제는 냄새나 맛이 없어 맹물로 오인하기 쉽다.

경찰은 문제의 음료수병에 살충제가 들어있었다는 점, 마개가 자양강장제 뚜껑으로 덮여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가 고의로 살충제를 넣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