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 아버지 구한 뒤 때려죽인 10대… ‘석방’ 된 이유는

입력 2015-07-16 11:25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를 구한 뒤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10대가 석방됐다. 배심원과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존속상해치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조의연 부장판사)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군(19)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가구 시공업체에 취직한 A군은 사실상 소년가장이었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아버지 B씨(53)는 매일 술만 마셨고, 처지를 비관해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일 오후 8시 B씨는 또 다시 목을 매 목숨을 끊으려했다. 이를 본 A군은 아버지의 엉덩이를 붙잡고 바닥에 던졌다. 그런데 “죽게 놔둬라. 죽여라”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흥분한 A군은 3~4분간 10여 차례 폭력을 휘둘렀다.

20여분 뒤 아버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A군은 119에 신고했지만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결국 숨졌다. 사인은 갈비뼈 12대가 부러져 생긴 중증 흉부 손상이었다. 병원에서 긴급체포된 A군은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진술을 반복했고,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판결의 쟁점은 A군의 폭행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였다.

검찰은 A군의 진술과 검안 보고서, 사망진단서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A군의 국선변호인은 “A군이 목맨 아버지를 내렸을 때 바닥에 떨어진 충격 등 다른 원인으로 갈비뼈가 부러져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A군에 진술에 대해서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 직후 충격에 빠진 상태로 밤샘조사를 받으며 말한 자포자기성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시신을 겉으로만 보는 검안 보고서와 사망진단서, 진술만을 토대로 기소했고 가장 중요한 부검 감정서는 기소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난 4월 29일에야 제출됐다”고 강조하고 “부검의에게는 아버지가 구조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졌다는 정보도 제공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판결에서 배심원단은 4시간 가까이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배심원단 9명 중 2명이 존속상해치사 혐의를 인정, 나머지 7명 중 1명은 존속상해 혐의, 6명은 가장 처벌 수위가 약한 존속폭행 혐의만 있다고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의견이 나왔다.

재판부 역시 “A군의 폭행과 아버지의 사망 원인 사이의 인과 관계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며 존속상해치사에 대해 무죄로 보고 존속폭행죄만 물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