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피말리는 연장 접전이 벌어진 청주구장. 10회 경기 중 선수들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이 있다. 파울 라인 밖으로 떨어진 공을 처리하는 볼보이가 주인공. 프로야구 경기의 숨은 조력자로 팬들의 관심 밖에 있지만 이날은 달랐다.
6회초 롯데 자이언츠 9번타자 문규현이 한화 이글스 송창식의 2구를 강타했다. 타구는 빠른 속도로 3루 라인을 벗어나며 팬스를 때렸다. 이 때 3루 외야 측 의자에 앉아 있던 오랜지색 티셔츠을 입은 사람이 타구를 향해 몸을 던졌다. 팬스를 맞고 튀는 공을 슬라이딩을 하며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관중석에서 ‘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중계방송 카메라는 본 화면에 잡히지 않은 볼보이의 그림같은 팬스 플레이를 느린 화면으로 보여줬다. 땅볼로 팬스를 맞은 문규현의 타구의 궤적에 맞춰 물 흐르듯 잡아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방송 중계진도 “상당히 좋은 팬스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멋진 수비를 보여준 볼보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간이 의자를 고쳐 잡고 앉아 얼굴을 글러브로 가렸다.
순간 팬들의 관심은 볼보이에게 집중됐다. 실시간으로 “멋지다. 누구냐”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한화는 볼보이를 야수로 영입하라”는 장난 섞인 반응도 보였다. 이날 정근우와 한상훈의 실책 때문이다. 1회 나온 3루수 한상훈의 실책과 달리 2-0으로 앞선 3회 1사 1루에서 2루수 정근우가 범한 실책은 실점의 원인이 됐다. 1사 2, 3루에서 김문호의 적시타로 롯데는 단숨에 2점을 만회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화 팬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화 이글스 운영팀 매니저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볼보이는 지역 대학생들로 선수 출신은 아니다”며 “야구 동아리 출신들이 많아 기본적인 캐치볼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외야 쪽 볼보이는 경기 전 선수들 배팅볼도 처리하고 공수 교대시 외야수들의 어깨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었다.
이날 경기는 한화 이글스 첫 4연승과 롯데 자이언츠 5연패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그만큼 팬들의 관심도 높았고 양팀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10회 연장 접전 끝에 롯데가 12-10으로 승리하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한화는 7-10으로 패색이 짙던 9회말 3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지만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野! 궁금해] ‘멋진 팬스 플레이’ 볼보이 누구?… “김성근 감독님, 영입하세요”
입력 2015-07-16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