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SBS '영재발굴단'에 '잔혹동시'로 명명된 '학원가기 싫은 날'을 쓴 이순영(10)양의 가족이 출연, 평범하면서도 다른 가족과 다른 일상을 공개했다.
앞서 '학원가기 싫은 날'은 ‘엄마를 씹어 먹어/삶아 먹고 구워 먹어’란 표현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결국 이 시가 실린 동시집 ‘솔로 강아지’는 전량 폐기되는 수난을 겪었다.
SBS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방송에 출연한 이양은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고 밤늦게까지 놀이터에서 친구와 놀거나 가족과도 나들이를 가거나 게임을 하며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이양은 “당시 학원을 3개 다니고 있었는데 정말 학원가기 싫은 날이 딱 하루 있었다”며 “밤늦게 드라마를 보고 일찍 일어나 잠이 부족했던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은 특별히 학원을 많이 다니지도, 공부에 치여 가기 싫었던 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양의 엄마 김바다 시인도 "아이 말로는 그날이 학원가기 싫었는데 엄마가 계속 밀어댄 날이었다더라"며 "그 시를 처음 봤을 때는 읽다가 나중에는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로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마지막 구절에서는 순영이의 슬픔을 느꼈다. 그 날 이후로 학원을 끊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양보다 한살 위 오빠가 먼저 시를 쓰기 시작했고 오빠는 모든 면에서 천재성을 보여 엄마의 관심을 더 많이 받는 것이 문제였다. 이양은 여느 아이들처럼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아이였던 것.
이양은 '엄마가 어떤 엄마가 돼주길 바라냐'는 질문에 "엄마가 그냥 나만 바라보면 좋겠다. 다른 생각 아무것도 안하고 내 생각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방송에서는 또 '잔혹동시' 논란으로 묻혀버린 이양의 시적 재능을 재조명했다.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 등이 이양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양은 장래희망이 판사라고 잘라말했다.
이양은 "시는 제가 좋을 때만 가끔 쓸거다. 그냥 시 쓰는 게 좋으니까"라고 말했다.
한편 진중권 교수는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잔혹동시? 깔 때는 언제고 이미 다 회수해 폐기한 것을 가사는 검열하고, 책은 폐기하고. 화면엔 모자이크"라며 "애도 사과시키지, 잔혹해서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마녀사냥식 '잔혹동시' 논란에 대해 돌직구를 날렸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