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두산베어스 팬 故 신상철(44)씨는 부산사직구장에서 벌어질 예정이었던 두산과 롯데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아들(13)과 함께 경기도에서 부산을 찾았다.
이날은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는 두산베어스 팬클럽들이 부산에 모여 연합으로 함께 응원을 하기로 했다. 지난 2011년 800여명의 두산베어스 팬클럽 회원들이 부산사직구장에 모여 응원한 이래 4년만의 연합응원이 있는 날이었다.
신씨는 ‘허슬두원정대’라는 팬클럽의 공동 리더였다. ‘허슬두원정대’는 두산베어스의 홈경기는 물론 원정경기에 따라 다니며 응원하는 열성 팬클럽이다.
그러나 지난 11일 부산에는 오후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결국 KBO는 이날 부산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와 두산의 경기를 우천으로 취소했다. 연합응원도 하지 못한 채 신씨는 아들과 함께 귀경하던 길에 빗길에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다행히 신씨의 아들은 얼굴과 팔에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두산베어스측은 김승연 야구단 사장을 비롯해 오재원·허경민·김동주 선수 등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두산베어스 선수 중 신씨는 노경은 선수의 열렬한 팬이었다. 노 선수는 신씨의 소식을 듣고 직접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공교롭게도 그의 빈소는 얼마 전 노 선수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신씨가 달려와 위로해줬던 병원이었다. 노 선수는 신씨의 어린 아들 동민군이 상주로 빈소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애통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선수는 빈소를 떠나기 전 따로 동민군을 불러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와 목걸이를 채워줬다. 그리고 그는 “고맙고 마음이 아프다”며 따듯하게 동민군을 감싸 안아줬다. 노 선수에게 선물을 받은 동민군은 주변사람들에게 “노경은 삼촌이 줬다”고 자랑하는 등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 주위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짠하게 했다.
야구팬들의 우정도 남달랐다. 두산 팬들은 지난 1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KT의 경기에서 신 씨가 늘 응원하던 자리에 조화와 사진, 그가 평소 좋아했던 아메리카노 커피를 놓고 한마음으로 추모했다. 4회 말 두산 공격이 시작되기 전 중계방송 카메라 앵글이 이곳을 포착하자 SKY SPORT 이효봉 해설위원은 신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또한 ‘허슬두원정대’ 팬클럽 회원들이 조금씩 마음을 모아 장례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의 다른 팬클럽들과 타 구단의 팬들도 그 뜻에 함께 동참했다. 생전에 고인과 인연은 없고 응원하는 팀은 달라도 야구팬들의 마음은 하나로 모아졌다.
친구 김형철(43)씨는 “포토 그래퍼 직업을 갖고 있어 경기가 있는 날이면 팬클럽 회원들 사진 찍어주는걸 무척 좋아했다. 팬클럽을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조용히 뒤에서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던 좋은 친구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지인은 “동생들 표도 미리 사서 기다려주던 좋은 형 이었다”며 신씨를 회상했다.
신씨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네요” “팀을 떠나 야구를 좋아하는 열정이나 마음은 다 같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하늘에선 편안하게 야구관람하세요” “타 팀 팬이지만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날 비로 취소가 안됐더라면” “하늘에서도 변함없이 두산 응원하길”이라며 한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