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현재 그리스 부채가 ‘지속불가능’ 상태라면서 부채를 탕감하지 않으면 상환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재차 제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3차 구제금융에 IMF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은 내부적인 갈등에도 그리스 의회에서 처리수순에 들어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IMF는 지난 13일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의 채무가 상환 불가능한 상황이며 많은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IMF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77% 수준인 그리스 부채가 2년 뒤에는 200%에 달해 이를 막기 위해서는 상환 유예기간을 30년까지 늘리거나 부채를 탕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IMF의 이 같은 지적은 향후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IMF가 참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외신들은 풀이했다. 채무 재조정으로 그리스 빚이 줄어들지 않는 한 ‘돌려받을 수 없는’ 자금을 IMF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유로존이 채무 경감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IMF가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다.
IMF의 이번 보고서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가 추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빠지게 되면 독일과 다른 유로존 채권국에 정치적·경제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강경파의 반발에도 15일 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진 개혁법안은 차근차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니코스 필리스 시리자 대변인은 “그리스 경제를 구하기 위해 강제적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우리는 그리스 국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스저널(WSJ)에 말했다. 야당인 포타미 대변인 디미트리스 치오드라스 역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 합의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에서 협상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크지만 총리직을 사임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부가가치세 간소화, 과세기반 확대, 연금 체계 장기 지속가능성 개선 조치, 통계청 법적 독립성 보장, 재정 지출 자동 삭감 등 재정위원회 개혁법안을 처리한 데 이어 22일 민사소송 비용 절감 및 절차 간소화 등의 개혁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는 유로존이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위해 내걸었던 첫 번째 조건이다.
한편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회의를 열고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한 ‘브리지론’ 제공 방식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의에서는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자금을 이용해 그리스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 그리스가 차용증서(IOU)를 발행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그리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 유로(약 4조4060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IMF “그리스 빚 지속불가능"
입력 2015-07-15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