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 협상 타결이 북한을 대화의 창구로 나오도록 하는 자극제가 될까.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화는 열려있다”면서도 “비핵화의 진정성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올해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과 대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작됐으나, 북한이 미국을 ‘미친 개’라고 표현하고 더이상 대화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 그 기대가 사그러들었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게 이란과의 분명한 차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병진 정책을 내걸고 핵무기 개발에 전력 투구하는 상황에서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당분간 정책적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미국이 이란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 협상 의지를 보였으나 북한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북한은 이미 자체적인 핵능력을 키워가면서 미국의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보다 강력한 입지에 서 있으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는 “이란과 마찬가지로 검증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비핵화 원칙에 확고히 근거한 상태에서 북한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드로윌슨 센터 소속 로버트 리트왁 연구원은 “10개 정도로 추정되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통해 핵무기 재고를 40개 이상으로 늘리려 하고 있다”며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이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고, 북한 핵프로그램 전체를 겨냥하며,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들로 귀결된다면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란 핵협상 타결은 우리가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국가들과도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그러나 이란과 북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핵협상에 참여했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란 핵협상이 “조선반도(한반도) 핵문제를 포함한 다른 국제적·지역적 핫이슈를 처리하는데 적극적인 본보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15일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워싱턴 전문가들이 보는 북미 대화 전망은 부정적
입력 2015-07-15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