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원내대표 지휘 받아야” 대 강기정 “당 공식입장 후퇴시키고 있다”

입력 2015-07-14 18:39

추가경정예산안 책정 문제로 한차례 충돌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강기정 정책위의장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의료기관 피해지원 예산 규모를 둘러싼 입장차가 직접 발단이 됐다.

강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비공개회의에서 의료기관 피해지원 예산액을 놓고 이 원내대표와 마찰을 빚은 뒤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결국 증액 규모를 3천억원으로 하는 추경안을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추경 심사방향을 밝히면서 의료기관 피해지원 4천900억원으로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원대상에서 빠졌던 삼성서울병원을 추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날 발표는 전날 열린 추경 관련 상임위 간사 및 상임위원장단 점검 회의 결과를 토대로 한 것으로, 강 의장과 따로 조율을 거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강 의장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표 주재로 열린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내용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정보위에 참석하느라 이 자리에 없었다.

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SOC(사회간접자본) 관련해서도 당의 입장은 전액삭감인데, (이 원내대표가) '재조정'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더라"며 "당의 공식 입장을 후퇴시키며 흐트러뜨리는 기자간담회를 뭐하러 한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병원에 대한 지원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두 사람간 '불편한 관계'의 여파는 새누리당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상견례 자리에도 이어졌다.

원 원내대표와 함께 이 원내대표를 찾은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같은 정무위 소속인 강 의장이 보이지 않자 "왜 안 왔느냐"며 즉석에서 전화를 걸면서 잠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이 원내대표측은 "김 정책위의장까지 같이 온다는 것을 직전에 알았기 때문에 미처 강 정책위의장에게 연락할 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 등 비주류는 지난 사무총장 인선 파동 와중에 문 대표가 임명한 강 정책위의장의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혁신위가 마련한 당 체제 개편안과 맞물려 당직인선이 다시 꼬이면서 정책위의장 인선 문제는 장기 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여야 추경 전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호흡을 맞춰야 할 두 사람이 계속 삐걱대자 대여 전략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측은 "원내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든 원내대표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기식 의원은 이날 이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내용과 관련, "삼성서울병원은 의료기관으로서 응당히 해야할 조치도 태만하게 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 피해를 본 환자와 격리자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해야 할 기관이지, 1천억씩 피해지원을 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