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에 이어 차세대 캐릭터와 스토리는 한국에서 나올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한국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갈 것입니다.”
영화 배트맨 시리즈를 만들어 낸 마이클 유슬란(64)이 14일 서울 종로구 콘텐츠코리아랩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케이팝(K-Pop), 영화, TV 스타 등 풍부한 콘텐츠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유슬란은 1989년 팀 버튼 감독과 함께 영화 ‘배트맨’을 처음 만든 제작자다. 곧 개봉을 앞둔 ‘배트맨 대 슈퍼맨’까지 15편의 배트맨 시리즈가 그에게서 나왔다.
유슬란은 배트맨 시리즈가 성공한 이유로 배트맨의 ‘인간적인 매력’을 꼽았다. 그는 “배트맨이 특별한 이유는 ‘초능력이 없는’ 슈퍼 히어로라는 점”이라며 “배트맨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초능력은 ‘인간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만으로는 성공에 이를 수 없었다. 유슬란이 미국 DC코믹스로부터 ‘배트맨’ 영화 판권을 사들인 것은 1979년이었다. 하지만 배트맨을 스크린에 걸기까지 10년 동안 지독하게 거절만 당했다.
그는 “‘절대 안 된다’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10년을 기다리는 동안 배트맨을 믿나, 나 자신을 믿고 있나하는 고민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내가 옳다고 결론을 내렸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포기하지 않았던 그에게 기회가 왔고, 3명의 천재를 만나면서 배트맨은 만화 캐릭터를 뛰어넘는 문화 콘텐츠가 됐다. 배트맨으로 처음 영화를 만든 팀 버튼 감독, 영화 속 고담시를 만들어 낸 프로듀서 디자이너 앤톤 퍼스트, 배트맨이 만화의 틀을 깨고 나올 수 있게 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그는 ‘천재’라고 평가했다.
4살부터 평생 ‘만화광’이었던 그가 ‘배트맨 시리즈’의 성공적인 제작자가 되는 데는 ‘수퍼 영웅’ 2명의 역할이 컸다. 그는 어머니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을 자신의 영웅으로 꼽았다.
그가 만화에 심취했을 당시 미국사회에서 만화는 ‘청소년 범죄를 일으키는 사회악(惡)’으로 공격 받았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만화가 상상력을 자극해 줄 것”이라며 “신문, 잡지, 다른 책들과 함께 본다면 얼마든지 봐도 좋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영어 교사도 그가 창의적인 일을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수업시간에 만화책 ‘엑스맨 넘버원’을 보다 걸렸던 그를 그 교사는 오히려 칭찬했다고 한다. “나를 비웃는 반 친구들에게 선생님은 ‘내가 여러분이라면 웃지 않을 거다. 마이클이 우리 반에서 가장 창의적인 글을 쓰고 어휘력도 풍부한 것은 만화책을 읽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제가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깨닫게 해준 중요한 분이죠.” 이 이야기를 전하며 그는 “슈퍼 히어로는 분명히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배트맨 시리즈 총괄 제작자 “차세대 캐릭터·스토리는 한국서 나올 것”
입력 2015-07-14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