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우리 의료시스템의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 것이 보호자·간병인이 넘쳐나는 병실이었다. 환자의 보호자와 간병인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했고, 대규모 감염사태를 불러왔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포괄간호서비스’다. 국내 모든 병원(요양병원, 정신병원 제외) 일반 병동에 이 서비스를 전면 도입하는 데 5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포괄간호서비스는 가족이나 간병인이 아닌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전문적으로 입원 환자를 간호하는 제도다. 환자는 하루 6000~1만원 정도를 입원비에 추가로 부담하는 대신 가족이 병간호하거나 간병인을 따로 고용할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장연구실 황나미 선임연구위원은 14일 보건복지 이슈&포커스 최근호에서 국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일반병동 1780여곳에 포괄간호서비스를 도입하려면 간호 인력 인건비, 감염 예방 등 시설개선비 등으로 총 4조59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먼저 간호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2020년을 목표로 포괄간호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할 때 간호 인력 4만7922명이 더 필요하다고 황 연구위원은 추산했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병상당 간호 인력은 0.28명으로 꼴찌다. 노르웨이(2.59명), 미국(2.39명)은 물론이고 OECD 국가 평균(1.25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포괄간호서비스를 가동하려면 기존 국내 간호사 인력 수준보다 1.5~2배를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황 연구위원은 밝혔다.
병원 시설에도 투자해야 한다. 감염 관리를 위해서 보호자·방문자용과 환자용 엘리베이터를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 보호자 면담실을 설치하고 이곳에서만 보호자와 환자가 만날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
중앙간호사실과 별도로 간호업무보조실(substation)을 설치해 간호 인력을 분산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호자가 없어도 환자가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바닥의 문턱 등을 제거하는 등 병실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황 연구위원은 이런 시설을 설치하는 데 병동 하나당 평균 1800만원, 최대 3000여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 68개 의료기관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 밖 지방병원들은 간호 인력 확보를 이 제도 도입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서울지역 병원은 시설·병실 구조개선을 제도 도입의 관건으로 선택했다.
황 연구위원은 “지방에서는 간호사의 서울 쏠림 현상으로 간호사 인력난을 느끼고, 서울지역 병원은 간호사 인력난이 크지 않은 대신 공간이 협소해 시설 개선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제2 메르스 사태 막기 위해 ‘보호자 없는 병원’ 전면 도입하면 4조6000억원 필요
입력 2015-07-14 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