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두 부류로 나뉜다. 이경영이 나오거나 혹은 나오지 않거나.”
관객들 사이 떠도는 우스갯소리입니다. 그만큼 배우 이경영(55)이 출연하는 작품이 많다는 겁니다. 하지만 단순한 농담으로 흘려듣기도 좀 애매합니다. 이경영은 압도적인 다작(多作) 배우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올해만 벌써 ‘은밀한 유혹’ ‘소수의견’을 내놨습니다. 앞으로도 ‘협녀; 칼의 기억’ ‘뷰티인사이드’ ‘치외법권’ ‘조선마술사’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개봉이 가장 임박한 작품은 ‘암살’입니다. 그의 연기 인생 사상 최고의 악역을 맡은 영화죠. 오는 22일이면 파렴치한 매국노로 분한 이경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경영은 13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암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그가 홍보에 적극 나서지 않는 출연작들도 많지만 암살은 달랐습니다. 그의 존재감만으로 자리는 묵직해졌죠.
최동훈 감독과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이 함께한 행사에서 이경영은 여유로웠습니다. 마이크를 들 때마다 연륜이 묻어나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현장에 가장 큰 웃음이 터진 것도 그의 재치 때문이었습니다.
한 취재진이 하정우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출연배우들은 전부 천만 영화를 했는데, 하정우씨는 흥행배우지만 아직 천만 영화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흥행) 욕심이 나진 않나요?” 하정우가 미소를 지으며 막 입을 뗐을 때였습니다. 이경영이 갑자기 끼어들었죠. “저도 아직 천만(영화) 아직 없습니다. 하정우씨하고 저만 없는 것 같아요(웃음).”
하정우가 다시 답변했습니다.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런 시간이 분명히 올 거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장엔 웃음이 번졌습니다. 삼십대 후반인 그가 태연하게 어리다고 하니 말이죠.
이경영이 바로 이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저는 나이가 좀 있어서 기다릴 수가 없어요. 천만 영화를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취재진은 물론 배우들도 폭소가 터졌습니다. 이경영에게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가 없다니 의외이긴 합니다.
이경영은 암살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최근 무거운 역할들을 많이 했는데 암살은 굉장히 신선했다”며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경박스러운 느낌을 표현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에겐 분명 특별한 작품이었다는 겁니다. 암살이 이경영의 첫 천만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어린 하정우는 괜찮지만 이경영은 천만을 기다려 [★현장포착]
입력 2015-07-14 00:17 수정 2015-07-14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