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정석 폐지, 직원들은 반발

입력 2015-07-13 09:26
사진=국민일보 DB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끄는 유엔이 사무실 지정석을 없애고 먼저 출근한 순서대로 앉는다는 최근의 새 내부 방침 때문에 극도의 내홍을 겪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13일 보도했다. 유엔본부에서 일하는 6600명가량의 전체 직원들이 현재 사용하는 지정석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사무실 효율성을 높이고 보다 활달하게 업무를 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이에 따라 유엔본부에서 일하는 전체 임직원 가운데 국장 이상 소수를 제외한 모든 직원의 지정석은 사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업계에서 비슷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다만 이들 업체들은 창의력을 키우고, 수평적 토론과 탄력적인 업무를 위해 도입한 것이지만, 유엔은 임대료를 아끼겠다는 목적이 우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엔 직원의 사무실은 모두 지정석인데다 옆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새 방침에 따라 38층 높이의 유엔본부 건물 내 극히 일부 층의 임원들 사무공간을 제외하고, 모든 직원 사무실은 칸막이가 사라지고 책상만 한데 모아 배열한 형태로 재배치된다. 먼저 출근한 사람이 아무 자리나 골라 앉을 수 있다.

유엔이 이런 방침을 정한 것은 살인적 사무실 임대료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에서 적잖은 유엔 직원들이 본부에 사무 공간이 없어 외부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다는 재정적 부담 때문이다.

반면에, 본부 내 상당수 자리는 직원들의 출장, 자리 이탈 등으로 비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개혁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한 요인이 됐다. 따라서 열린공간 제도를 통해 외부 사무실을 사용하는 직원들을 본부로 불러들여 비용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콧대 높은 유엔 직원들이 자신의 책상이 없어지는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특히 평소 자신들을 준외교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자리마저 없어지는데 대해 일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