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한국에 반입한 탄저균 샘플이 감염 위험이 있는 생(生) 탄저균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주한미군 측은 미국 국방부로부터 폐기를 통보받은 뒤 탄저균이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폐기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은 지난 4월 26일 ‘주피터 프로그램’ 시연을 위해 탄저균 샘플을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 반입했다. 주피터 프로그램은 북한의 생화학 무기 위협에 대비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탄저균 샘플은 미국 유타주의 군 연구소에서 제공받았으며 민간업체를 이용해 배송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방부는 이후 탄저균 샘플을 폐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해당 사고를 조사하기 위한 합동실무단을 11일 구성했기로 했다. 합동실무단은 탄저균이 반입됐던 오산기지 검사실을 방문 조사할 계획이다. 한·미 양국은 15일 열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에서도 탄저균 배달사고를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탄저병을 일으키는 탄저균은 대표적인 생물학무기로 알려져 있다. 탄저균은 바실러스 안트라시스(Bacillus anthracis)라는 공식 명칭을 갖고 있는 흙 속에 서식하는 세균이다.
주변 환경조건이 나쁘면 포자를 만들어서 건조상태로도 10년 이상 생존한다. 탄저병은 탄저균의 포자를 섭취해야 일어나며 주로 소, 양 등의 초식동물에게 발생하고 육식동물이나 사람에게는 발생 빈도가 적은 편이다. 탄저균의 포자에서 생성되는 독소가 혈액 내의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혀서 쇼크를 유발하며, 심하면 급성 사망을 유발시킨다.
탄저균은 가열, 일광, 소독제 등에도 강한 저항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탄저균에 오염된 것은 모두 소각하든지 아니면 철저하게 소독해야 한다.
탄저균을 무기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그 역사가 깊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연합군의 가축을 몰살시키려는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등 탄저균을 무기로 사용하려고 시도된 적이 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에 미국, 일본, 독일, 소련, 영국 등이 경쟁적으로 탄저균을 생물학무기로 개발했으며 특히 영국이 스코틀랜드 북부의 그뤼나드 섬에서 탄저균 폭탄을 이용하여 실시한 실험과 일본 731부대의 실험이 유명하다. 이후 1978년 구 소련에서는 탄저균 유출 사고로 수많은 가축과 70여 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이라크, 일본의 오움진리교에서도 탄저균을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우편 테러에 이용되는 등 대표적인 생물학무기로 알려져 있다.
탄저병 감염 후 발병하고 하루 안에 항생제를 다량 복용하지 않으면 80%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살상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탄저균 100㎏을 대도시 상공 위로 저공비행하며 살포하면 100만~300만 명을 죽일 수 있다.
또 탄저균이 생물학무기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분말 형태로도 제작이 가능하여 보관과 이용이 편하다는 사실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주한미군 반입 탄저균, 살아있는지 여부 확인못해” 탄저균100㎏ 300만명 살상 가능
입력 2015-07-13 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