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네티즌 오브 더 매치는 “손연재 리본 끝이 꼬였는데 감점이 없어? 홈 어드밴티지가 너무 심하게 작용한 거 아냐?” (다음 mu*****)입니다.
손연재(21·연세대)는 모두의 박수를 받지 못했다.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시상대 최상단에 올랐지만 악플(악성 댓글)은 여전히 많았다. 평소 손연재에게 공격적인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편파 판정’과 ‘심판 매수’를 주장하며 악플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손연재는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리본에서 18.050점, 곤봉에서 18.350점을 받았다. 전날 볼(18.150점)과 후프(18.000점)에서 얻은 점수를 합산한 최종 점수 72.55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을 차지한 안나 리자트디노바(71.750점·우크라이나)를 0.800점차로 따돌렸다. 한국 리듬체조의 유니버시아드 출전 사상 첫 번째 금메달이다.
마르가리타 마문, 야나 쿠드랍체나(이상 러시아) 등 러시아 선수들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우려로 결장했지만 손연재의 금메달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었다. 손연재는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 동유럽의 강세를 감안해 18.5점대 돌파와 메달권 진입이라는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고 출전했다. 실전에서 네 종목 모두 18점대를 돌파하고 정상을 밟아 2016 리우올림픽 메달 전망까지 밝혔다.
하지만 손연재를 오랜 시간 동안 괴롭힌 비난 여론은 이번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손연재의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번째 유니버시아드 금메달 소식이 전해진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게시판마다 악플이 쏟아졌다. 손연재에게 공격적 태도를 가진 네티즌이 많은 점을 감안해도 악플은 평소보다 구체적이고 많았다. 인터넷 게시판마다 악플과 반론이 충돌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악플은 “손연재의 리본 끝부분에 매듭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리본에 생긴 매듭은 감점 요인이다. 꼬이거나 매듭이 생긴 리본은 묵직하게 움직인다. 선수가 원하는 형상을 그리기 어렵다. 하지만 손연재는 리본 종목에서 무난하게 연기를 소화해 18점대를 넘어섰다. 인터넷에서는 “감점이 적용되지 않아 우승했다”는 의견과 “매듭과 무관하게 연기를 제대로 소화했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반론 사이에는 “감점이 있었어도 메달 색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손연재는 경기를 마치고 리본의 매듭을 언급했다. 금메달을 확정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리본과 곤봉 연기 중 발생한 아찔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날씨가 습해 리본이 눅눅했다. 끝부분이 살짝 꼬였다. 곤봉에서는 중간에 떨어뜨릴 뻔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내가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오는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종목별 결승전에서 또 하나의 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손연재는 “개인종합 금메달로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들을 보상받은 기분이어서 기쁘다”며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사진=광주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