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갈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그리스는 “무릎을 꿇었다”는 외신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안을 제출했지만 국제 채권단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12일 오후(현지시간) 그리스가 살아날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끝장토론’을 벌이겠다면서 정상회의에 돌입했다.
현재 채권단 사이에서는 그리스의 개혁 의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한마디로 “그리스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1일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모였다. 그러나 9시간의 마라톤회의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중단했다가 12일 재개했다. 알렉스 스터브 핀란드 재무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희망은 남아 있지만 갈 길이 아주 멀다”면서 “합의 가능성은 10을 기준으로 3∼4 정도”라고 내다봤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9일 개혁안을 제출했을 때 긍정적 분위기가 우세했으나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더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개혁안 내용뿐만 아니라 신뢰의 문제에 있어서도 갈 길이 멀다”면서 “개혁안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고 설령 만족스럽다고 해도 실제로 실행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당초 유로존 정상회의에 이어 유럽연합(EU) 정상회의도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날드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로존 정상회의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회의를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등이 팽팽히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그리스 사태를 유로존 내에서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그리스의 개혁안 제출 이후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으며 그렉시트에 대한 언급도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그리스에 엄격한 입장을 대놓고 드러낸 것은 ‘채권단 대표’ 역할을 도맡았던 독일 정도였다.
핀란드 외무장관이자 반EU·극우 성향 핀란드인당 당수 티모 소이니는 이날 “알렉스 스터브 재무장관이 그리스의 새로운 구제금융에 찬성할 경우 실각을 무릅써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AFP통신은 이날 핀란드 의회가 그리스에 대한 어떤 추가 구제금융 방안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입장에서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결정해도 회원국들이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유로존 회원국 8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기오르고스 스타타키스 그리스 경제장관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돼도 예금 인출 제한과 해외 송금 금지 등 자본통제는 수개월 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채권단 회의, '그리스 3차 구제 금융 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15-07-12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