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호라이즌스, 14일 명왕성에 가장 가까이 간다

입력 2015-07-12 17:44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무인탐사선 ‘뉴 호라이즌스’(New Horizons)가 14일 오후 8시49분 명왕성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다. 2006년 1월 19일 지구를 떠난 지 무려 9년 6개월 만이다. 뉴 호라이즌스는 그동안 1초에 약 13.8㎞씩 날아 지구와 태양 거리의 38배인 56억7000만㎞를 여행했다.

12일 나사와 외신 등에 따르면 뉴 호라이즌스는 명왕성에서 1만2500㎞ 떨어진 우주공간을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갈 예정이다. 알루미늄 호일로 싼 그랜드 피아노처럼 생긴 이 탐사선은 명왕성에 착륙하거나 궤도를 따라 돌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지나가는 정도만 해도 인류 탐사선으로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명왕성을 관측하는 것이다.

1930년 미국 과학자에 의해 발견된 명왕성은 뉴 호라이즌스가 지구에서 출발할 당시 태양계의 9번째 행성 지위를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해 8월 국제천문연맹 회의에서 행성 지위를 상실했다. 그전부터 논란이 있었던 데다 그보다 더 큰 질량을 가진 천체 ‘에리스’가 발견돼서다. 명왕성은 현재 ‘왜소행성’으로 분류된다.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정보를 주고받는 데 9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과학계는 뉴 호라이즌스가 명왕성과 그 위성에 관한 또렷한 사진과 풍부한 관측 자료를 보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전송된 명왕성 사진에는 적도 부근에 약 3000㎞에 걸쳐 길게 늘어진 어두운 구역이 보인다. 나사는 헤엄치는 고래의 옆모습과 닮았다고 해 이 지역에 ‘고래’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래 꼬리 부분의 약 350㎞에 이르는 밝은 지역은 ‘도넛’으로 부르고 있다. 나사는 “분화구나 화산 폭발의 흔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과학자들은 상세한 영상을 얻을 때까지 해석을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왕성과 위성 카론의 독특한 공전 활동도 뉴 호라이즌스의 탐사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계에서 위성은 행성 주위를 돈다. 하지만 명왕성과 카론은 둘 사이에 공전 축을 두고 서로를 돌고 있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둘의 움직임 사이에서 명왕성의 나머지 4개 위성이 어떻게 안정을 유지하는지도 의문이다. 명왕성은 달보다 작아 면적이 미국 전체와 비슷하고 카론은 그 절반 크기다.

명왕성 탐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46억년 전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알게 해 줄 수 있는 ‘카이퍼벨트’에 대한 탐사다. 카이퍼벨트는 해왕성 궤도 바깥에 넓게 퍼져 있는 도넛 모양의 영역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1일(현지시간) “카이퍼벨트는 ‘우주의 냉장고’와 같은 곳으로 태양계가 생성됐을 때부터 차가운 상태를 계속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태양계 생성 당시의 물질이 카이퍼벨트에 지금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마치 고고학적 발굴을 하듯 태양계와 지구 생성의 원리를 파헤쳐볼 수 있다는 얘기다. 뉴 호라이즌스는 명왕성을 지난 이후에도 카이퍼벨트에서 비행을 계속하며 관측 자료를 지구에 보낼 예정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