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은 컨템포러리 극장이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지난 7일 2015-2016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도발적인 선언을 했다. 그동안 전통 중심의 공연장으로 간주되었던 국립극장에 대해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하되 현대물을 공연하는 극장이며 동시대의 예술적 혼을 담는 곳”이라며 “국립극장을 운영하는 한 이 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 극장장이 2012년 초 국립극장에 부임한 이후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났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으며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 핫한 극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동안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3개 전속단체가 해오던 느슨한 작업방식을 탈피해 외부 예술가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단원들을 자극시켰다.
특히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안 극장장과 뜻을 같이 하는 ‘동지’다. 지난 3년간 국립창극단의 혁명적인 변화는 안 극장장과 김 감독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은 연극계와 뮤지컬계의 유명 극작가 및 연출가를 초청해 새로운 창극을 연달아 만들어내며 화제몰이를 했다. ‘장화 홍련’ ‘서편제’ ‘메데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은 창극에 피아노 연주와 화성이 들어가는가 하면 스릴러를 도입했다. 국립무용단도 국내외 현대무용 안무가를 초청해 ‘회오리’ ‘단’ ‘묵향’ 등 신선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런 변화에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관객들 사이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움에 목말랐던 대부분 관객들은 환영했고 예술가들도 국립극장과 작업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국립극장은 전속단체들의 우수 공연작품을 바탕으로 한 레퍼토리 시즌제를 정착시켜가고 있다. 2015-2016시즌에는 신작 20편, 레퍼토리 13편 등 총 55편의 공연을 할 계획이며 14일부터 패키지 티켓을 판매한다.
라인업에서는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었던 이소영 연출의 창극 ‘적벽가’와 창작 뮤지컬계의 스타 연출가 장유정 창극 ‘흥부가’(가제), 뮤지션 장영규가 연출까지 맡은 무용 ‘완월’, 한국 창작춤의 대모 김매자 대표작 ‘심청’ 등이 눈길을 끈다.
현재 국립무용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공석이다. 지난 8일 공모가 마감됐는데 국립무용단에만 무려 20명 정도가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안 극장장은 “예술단체 운영 역량을 갖추고, 다양한 예술가들과 소통할 수 있고, 국립극장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신념을 갖춘 분을 후보로 (정부에)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국립극장은 콘템포러리 극장이다”
입력 2015-07-12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