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공연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좀 해주세요.”
지난달 17일 국내 유일의 융·복합공연예술축제라는 기치를 내세운 파다프(PADAF·Play Act Dance Art-Tech Film Festival) 기자간담회장. 연극과 무용의 융합을 목표로 2011년 출범한 파다프가 박근혜정부 출범 후 공연계의 화제가 된 ‘융·복합’을 전면에 내세우자 취재진 사이에서 이런 질문이 터져 나왔다. 특히 지난 10년 가까이 국내 공연계의 주목을 모았던 ‘다원예술’과의 차이를 물었다. 다원예술은 2005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됐을 때 기존 장르(연극, 무용, 문학, 음악, 미술 등)로 분류하기 어려운 실험예술, 복합장르 예술, 탈장르 예술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등장했다. 이미 해외에서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새로운 예술로 다원예술이란 용어가 일반화되고 있었던 만큼, 국내에서도 점차 뿌리를 내리게 됐다.
그런데 질문에 파다프 예술감독인 한선숙 상명대 교수를 비롯해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우물쭈물하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조직위 부위원장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는 “다원예술이 개별 장르의 성격이 강하게 남아 있고, 융·복합 공연은 좀더 새로운 것 아닌가요”라고 애매하게 말했다.
게다가 지난달 30일부터 7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원에서 열린 파다프의 면면을 보면 “장르간의 벽을 무너뜨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예술장르를 탄생시키는 역사적인 장으로 만들겠다”는 한선숙 예술감독의 포부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축제의 지향점과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개막작으로 프랑스 마임 ‘코코리코’를 내세웠는데, 새로움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공연이었다. 송현옥 연출의 ‘크리스마스 패션쇼’ 등 몇몇 작품은 완성도가 너무 낮아 아마추어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파다프 관계자는 “올해는 전체적으로 준비가 덜 된 측면이 있다. 내년부터는 달라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파다프는 국내 공연계 아티스트들이 융·복합 콘텐츠를 이해하는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무용 안무가는 익명을 전제로 “예전에 다원예술로 지원금을 받았던 아티스트들이 이제는 융·복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공연계에서 다양한 장르의 융합은 오래전부터 시도되었던 것이고 이름만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융·복합 콘텐츠의 대표적 사례로 ‘태양의 서커스’를 꼽는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태양의 서커스는 2000년대 말부터 흥행 부진으로 재정난이 가중되자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결국 지난 4월 전체 지분의 90%를 갖고 있던 창업주 기 랄리베르테는 미국 사모펀드 TPG캐피털과 중국 푸싱그룹에 80%를 15억 달러에 매각했다. 해외 언론은 태양의 서커스의 성공신화가 끝났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CJ와 정부가 공동으로 세운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지난달 18일 세계적인 공연제작사 프랑코 드라고네 엔터테인먼트의 최고 책임자 등을 초청해 융·복합 공연과 관련해 토론을 가졌다. 드라고네는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태양의 서커스에서 ‘퀴담’ ‘O’를 만들었으며 마카오의 초대형 수중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를 제작한 인물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태양의 서커스는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고 했다. 제작비만 2~3억 달러가 들고 수백여 명의 스태프가 수년간 매달려야 하는 프로젝트는 한국 실정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2000년대 후반에도 국내 지자체와 기업들이 태양의 서커스를 찾은 적이 있지만 당시도 한국 공연시장 자체가 너무 작아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은 바 있다. 한국 공연계가 아직도 융·복합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융복합 콘텐츠가 뭔가요?”… 길 못 찾은 한국 공연계 갈팡질팡
입력 2015-07-12 15:54 수정 2015-07-12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