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집단자위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안보 법제 제·개정에 대한 일본 내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밀어붙이기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보 관련 법안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늘어나고 아베 내각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자 아베 총리는 직접 대국민 설득에 나서는 한편 머지않아 중의원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해 참의원으로 넘기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에 따라 허용된다는 정부 견해를 작년 7월 1일 각의 결정할 때부터 논란이 많았지만 그 내용이 법안으로 구체화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과 TV 도쿄가 벌인 여론조사에서 안보 관련 법안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은 81%로 충분하다는 답변(8%)을 압도했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하락 일변도이며 최근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조사에서는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43%를 기록해 지지한다는 응답(42%)을 앞섰다.
안보관련 입법이 마무리되면 일본이 전쟁하는 국가가 된다는 우려는 집회·시위, 성명 발표 등으로 분출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작년 7월 1일 이후 전국 지방 의회가 국회에 적어도 469건의 안전보장정책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 가운데 463건이 ‘집단자위권이 허용된다’는 각의 결정의 철회나 현재 심사 중인 안보법안의 폐기 등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도쿄신문이 최근 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치는 교수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이들 법안이 위헌이라고 답변했다.
모토 히데노리(本秀紀) 나고야(名古屋)대 교수 등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헌법학자들은 안보법안의 문제점을 알리도록 각지의 시민 학습 모임에 강사를 파견하기로 했으며 12일 현재 학자 57명이 동참하기로 했다.
10일 오후에는 도쿄대에서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같은 날 도쿄 도심에서는 여성 변호사 160여명이 시민에게 전단을 나눠주며 안보 법안의 위험성을 알렸다.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시민의 모임인 ‘전쟁하게 하지마라·9조를 부수지 말라! 총궐기 행동실행위원회’는 이달 14·15·17·26·28일 도쿄 히비야 공원이나 국회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하고 신문에 전면 광고를 싣는 등 반대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여론의 흐름을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베 총리 본인은 자민당 인터넷 방송의 ‘아베씨가 알기 쉽게 답해줍니다’라는 프로그램에 연일 출연해 민심 돌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방영된 4회분 가운데 3회분은 각각 1만 명 정도가 생방송으로 시청했고 첫 방송분이 유튜브에서 3만 차례 이상 재생되는 등 관심 끌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상과 함께 있는데 불량배가 아소 재무상을 때리면 내가 불량배에 맞서 아소 재무상을 지킨다’고 예를 들어 집단자위권을 설명한 것에 대해 ‘국가의 안위가 걸린 중대 사안을 동네 불량배와의 싸움에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역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민영방송 TBS가 자당 의원을 상대로 벌이는 안보법안 관련 설문조사에 응하지 말라고 의원들에게 연락했으며 실언을 우려해 의원들의 TV출연도 제한하는 등 예민해진 상태다.
아베 총리는 11일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미야기(宮城)현을 방문했을 때 안보법안에 대한 국회 의결에 관해 “논의가 확실히 진행되도록 하고 싶다. 어쨌든 결정해야 할 때가 되면 결정한다”고 말했다.
집권 자민당은 앞서 정기 국회 회기를 9월 27일까지로 95일 연장했다.
아베 정권은 중의원에서 법안을 가결했지만 참의원이 60일 내 의결하지 않는 경우 중의원이 재가결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60일 규정까지 염두에 두고 중의원 표결 시점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 내에서는 이달 15일 안보 법제를 심의 중인 특별위원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고 16일에 중의원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구상이 부각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총무회장이 17일까지 중의원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느냐는 물음에 “물론”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하는 등 집단자위권 법안의 중의원 통과가 임박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자민당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중의원과 참의원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론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결국에는 아베 총리의 생각대로 집단자위권 관련 법안의 제·개정이 이번 정기국회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집단자위권법안 일본 내 반발 확산…아베, 법안의결 “때 되면 결정”
입력 2015-07-12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