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체험하세요(?)”…황당한 지역개발에 네티즌 공분

입력 2015-07-12 13:37
사진=인천 동구 제공

인천 동구가 쪽방촌 체험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이 공분했다.

12일 인천시 동구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인천시 동구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옛 생활 체험관은 타지에서 부모와 함께 동구를 찾은 아이들에게 숙박의 기회를 줘 옛 생활 모습을 경험토록 하는 목적으로 동구 관내에 설치된다.

첫 체험관은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쪽방촌인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안에 만들 예정으로 현재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활용 중인 2층짜리 주택 일부를 리모델링 하고 있다. 이 체험관은 부모가 자녀를 동반해야 입실할 수 있으며 숙박료는 하루에 1만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의회는 오는 13일 조례심사 특별위원회를 거쳐 17일 본회의에서 이 조례안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다음 달부터 체험관이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앞서 이흥수 인천시 동구청장은 인천일보(1월 15일)와의 인터뷰에서 “괭이부리마을과 화수부두 활성화 차원에서 공?폐가 리모델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쪽방촌을 관광지로 만들어 상품화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주민 160여 명은 지난 8일 체험관 건립 반대 서명서를 구와 구의회 측에 제출하기도 했다.

네티즌들도 주민들의 반대 의견에 공감을 표하며 해당 지자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가난도 체험 하냐” “부자동네도 체험관을 만들지” “쪽방촌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너무 한다” “관광시설로 만들려면 주민들부터 다른 곳으로 이사 시켜야한다” “저런 배려 없고 이기적인 아이디어는 처음 본다”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취지는 좋지만 다른 곳에 지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인천 괭이부리마을은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지역이다. 6·25 전쟁 직후부터 낡고 허름한 판잣집이 모여 형성된 국내 대표적인 쪽방촌이다.

마을 전체 인구는 올해 초 기준 359세대 616명이며 이 가운데 쪽방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230세대 300명가량이다. 쪽방 거주자들은 마을에 있는 공동화장실 4곳을 이용하고 있으며 화재 위험과 각종 재난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