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 ‘메이지(明治) 산업혁명시설’의 강제노동 인정 문제를 놓고 한·일 외교 갈등이 증폭된 가운데 양국 의원들이 바둑 외교에 나서 화제다.
국회 기우회(회장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와 일본 바둑문화진흥의원연맹(대표 간 나오토 전 총리)은 11일 국회 사랑재에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의원 친선 바둑교류전’을 열었다. 1999년 일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2004년까지 매년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열린 이 대회는 17대 국회에서 의원 구성 변화와 정치적 사정 등으로 중단된 지 11년 만에 재개됐다.
이번 행사에는 우리측에서 이인제 원유철 박상은 김기선(이상 새누리당)·노영민 유인태 최규성 오제세 김민기(이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배기운 이양희 전 의원이, 일본측에서 간 나오토 대표 등 7명의 전·현직 의원이 참석했다.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이 심판위원장을, 김미리 김효정 김혜림 등 프로 바둑기사들이 심판을 맡았다.
원유철 회장은 환영사에서 “서양의 체스는 상대방의 왕을 죽여야만 이기는 ‘제로 섬(zero sum)’ 게임이지만 동양의 바둑은 상생과 공존의 철학이 담긴 ‘논(non) 제로 섬’ 게임”이라며 “이번 교류가 승부를 떠나서 우의를 다지는 친교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간 나오토 대표는 “바둑판에서의 저희의 싸움이 서로 죽이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 인정하는 대국적 결론에 도달하기를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대신해 축사한 이석현 부의장은 “한국과 일본 국민 간의 감정이 요즘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은데 오늘 친선교류를 계기로 양국 국민 간 훈풍이 불게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축사에서 “양국 간에 역사·문화적으로 복잡한 사연을 바둑이라는 문화적 공동체 속에서 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한 절묘한 한 수로 풀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일본 의원들은 12일 출국한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한일의원, 11년만에 바둑외교
입력 2015-07-11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