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항소심 첫 공판 ‘선고유예’ 요청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경쟁 상대였던 고승덕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59) 서울시 교육감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 심리로 10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조 교육감 측 변호인은 “조 교육감의 행위는 교육감 지위를 상실할 정도가 아니다”며 “법관에게 선고유예의 재량이 있음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일종의 ‘선처’다.

변호인 측은 “조 교육감이 고 변호사의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것은 언론의 자유에 근거한 선거운동의 범위 안이었다”며 “고 변호사에 대한 의혹이 오히려 단기간 내 해소돼 확산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도 “공직 후보 적격 검증은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필수”라며 “다만 검증 활동의 정당성과 범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그런 견해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조 교육감의 항소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 대한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며 항소 기각을 요청했다. 검찰은 “조 교육감이 고 변호사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으며, 유권자를 오도하는 등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1심의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5월 교육감 선거 기간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후보가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해 당선 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2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재판부는 다음달 7일 결심공판을 할 예정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