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연합기 결국 퇴출, 여성 의원의 격정 연설이 큰 도움

입력 2015-07-10 17:44
인종 차별주의 논란을 일으킨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남부연합기가 퇴출된 데는 찰스턴을 지역구로 둔 제니 앤더슨 혼(42·공화당·사진) 주 하원 의원의 눈물이 큰 도움이 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혼 의원은 이날 의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남부연합기를 당장 내려야 한다고 읍소했다.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하며 북부군에 맞선 남부연합의 대통령인 제퍼슨 데이비스를 조상으로 뒀다고 밝힌 혼 의원은 “남부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깃발을 계속 걸어야 한다는 논리는 인종 차별주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퇴출 논리보다 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을 부결해 최근 흑인교회 테러로 숨진 유족들을 더 비참한 상황으로 몰아선 안 된다”면서 “증오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퇴출하는 용기를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4분 간의 연설 뒤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고, 표결 자체를 반대해온 일부 의원들이 뜻을 접고 표결에 응했다. 혼 의원이 보수적 성향의 공화당 의원이어서 더 감동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 하원은 이날 새벽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94, 반대 20으로 가결했다.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이날 주 상·하원을 통과한 남부연합기 퇴출 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10일 이후에는 공공장소에서 이 깃발을 달지 못하게 됐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