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둥근 도자기에 그림을 많이 그렸다. 붓으로 한 점에서 시작해 선을 그으면 다시 한 점으로 돌아오는 작업이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화면을 상하 좌우의 개념이 아니고 둥근 면으로 본다. 무한(infinitey)의 개념으로 여기고 무한 공간을 추구하는 것이다.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최분자 작가의 작품에 대한 얘기다.
“화선지에 먹과 붓으로 그린 다음 캔버스에 배접을 하고 아크릴 색으로 그려나가지요. 나의 그림은 동양과 서양의 화합이라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먹과 화선지를 캔버스에 배접을 해서 흑백으로만 그렸죠. 그러다 1984년부터 먹과 아크릴 색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1992년 1월 1일 새벽 Montauk, NY에서 바다 위에 내 키보다 더 큰 해가 뜨는 것을 보았어요.”
그 후로 그는 6개월간 Tenafly, NJ에서 30분간 운전해서 새벽마다 허드슨 강으로 가서 해 뜨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까만 공간에 한 점 빛이 비추기 시작해서 점점 큰 해가 떠오르기 시작 하는 것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해는 작가에게 소망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아직도 해가 주제다.
최분자 작가의 회고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7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2004년 이후 11년 만에 여는 개인전으로 해를 주제로 동양화와 서양화가 어우러진 재료를 가지고 기나긴 탐험의 작업 과정을 거친 작품 22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을 보면 웅혼한 기운 같은 걸 느낄 수 있다. 신비하면서도 오묘한 빛과 색으로 생명의 탄생을 느껴진다.
유홍준 미술비평가에 따르면 “최분자는 아마도 그의 오랜 미국 생활 덕분에 동양화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또 현대성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익혀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전시됐을 때 우리는 매우 서구 현대미술적인 것을 느꼈는데 그것은 바로 이런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현재 미국 뉴저지에서 살면서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며 20번의 개인전과 여러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과 Brooklyn museum 순회전에 한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대표작 ‘복의 근원 1’ ‘복의 근원 2’가 국회의사당에 설치돼 있고 커미션 워크로 제작된 ‘God's kingdom, 2001’은 미국 Englewood, NJ 연합교회에 있다.
미술평론가 엘리나 하트니는 “서울에서 교육받고 75년도에 도미한 최분자는 이미 한국 전통산수에 숙달된 기교를 가지고 있었다. 한지 위에 종횡무진으로 그은 작품들에서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지을 수 없는, 고전적 한국 풍경 산수화가들의 섬세한 산석. 수목의 이미지를 특유의 양식으로 전통을 깨기도 하는 일면도 보였다”고 평했다.
최근 작품에서는 여백과 여백 사이에 다양한 색깔을 입힐 뿐만 아니라 획 그 자체를 갈라놓기 위하여 색을 쓴다. 광선이 반사되어 부서진 작은 조각들이 밝고 명쾌하게 색상을 이룬다. 전기가 일어나듯 융해되는 면과 면, 춤추는 획과 리듬으로 가득한 준으로 빛난다. 독창성의 뿌리가 전통 한국화에 닿아 있는 그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힐링에 빠져드는 것은 어떨까(02-734-045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웅혼한 기운의 해 그림 통해 기쁨과 소망 전하는 최분자 작가 7월 15~25일 선화랑 11년만의 회고전
입력 2015-07-10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