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시 전 대통령, 참전용사 행사서 고액 연설료 논란

입력 2015-07-10 09:52
유투브 캡처

‘아들’ 부시로 통하는 조지 W 부시(69) 전 미국 대통령이 부상당한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고액 연설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재임 기간 자신의 지시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돼 다쳐 돌아온 이들을 대상으로 강연료를 요구한 것 자체가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미국 ABC, CNN 방송과 지역 신문인 댈러스 모닝 뉴스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2012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은 참전용사를 돕기 위한 자선기금 모금 행사에 연설자로 참석하면서 주최 측인 ‘영웅 돕기’ 재단에서 연설료로 10만 달러(약 1억1300만원)를 받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열린 행사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전세기 이용 금액 2만 달러도 따로 받았다.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는 지난해에도 이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5만 달러를 챙겼다.

부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라크에 파병돼 2004년 팔루자에서 로켓 폭격을 받아 양쪽 손을 모두 잃은 전 해병대원 에디 라이트는 “부시 전 대통령 자신이 지시해 사지로 보낸 장병을 위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돈을 받았다”며 “그 돈을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의 명령으로 이라크에 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지만 부시 전 대통령이 우리를 대상으로 연설료를 받은 것은 일종의 모욕감을 주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상당한 참전 용사들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해 설립된 ‘영웅 돕기’ 재단은 간부들의 횡령과 참전 용사 부인에게 미용용품을 강매한 사건 등으로 현재 참전용사들과 송사를 진행 중이라고 지역지 휴스턴 크로니클이 보도했다.

사태가 커지자 ‘영웅 돕기’ 재단은 부시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 연설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후 320만 달러의 기금을 모으는 데 부시 전 대통령이 큰 노릇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시 전 대통령이 평소 강연료인 25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돈만 받고 연설했다고 그를 감쌌다.

하지만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2009년 퇴임 후 부시 전 대통령의 회당 강연료는 10만∼17만5000달러 수준이라고 보도한 것에 비춰보면 ‘영웅 돕기’ 재단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거침없는 ‘막말’로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자 중 호감도 1위로 급부상한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부시 전 대통령이 군인을 전장에 보내고 심하게 다쳐 돌아온 그들에게 지루한 연설을 하면서 12만 달러(전세기 이용료 포함)를 요구했다고?”라는 글을 올리고 꼬집었다.

전임 대통령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그의 친동생이자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 가능성이 큰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공격하는 일석이조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젭 부시 전 주지사는 형과 다르다며 모든 면에서 선을 긋고 있지만 이번 논란이 대선 운동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예단할 수 없는 형편이다.

역시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이자 호감도 1위를 달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도 고액 강연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2001년 백악관 퇴임 후 ‘생계’를 위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고액 강연료를 받았다고 밝혀 큰 논란을 불렀다.

최근에는 부부의 외동딸인 첼시 클린턴도 어머니 못지않게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고액 강연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자초했다.

힐러리 클린턴 선거 캠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 초 사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장관이 총 100차례의 유료 강연에서 벌어들인 액수는 2500만 달러를 넘는다. 부모의 후광을 빼곤 별 이력이 없는 첼시가 최근 수년간 받은 강연료도 80만 달러에 이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회당 50만 달러의 강연료를 받는 등 2013년 현재 강연료로만 1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