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채권단에 대한 재정 개혁안 제출 시한인 9일(현지시간) 채권단이 채무탕감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련의 개혁안을 통해 그리스가 재정수지를 튼튼히 하는데에는 그리스나 채권단의 이견은 없지만, 이 개혁안과 별도로 그리스는 기존에 있는 빚의 일부를 탕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탕감안에 부정적인 입장이 강하다. 독일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결국 개혁안 제출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그리스 정부가 9일(현지시간) 제출한 개혁안에 따라 오는 12일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구제금융 협상이 재개될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가는 길이 열릴지 갈릴 전망이다.
개혁안 제출을 둘러싸고 그리스와 채권단이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채권단이 그리스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채무 탕감 필요성을 시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그리스가 이행해야 할 각종 개혁 방안과 더불어 필요한 또 하나의 조치는 채무 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채무탕감 불가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발칸 국가를 순방중인 메르켈 총리는 이날 사라예보에서 기자들에게 “전통적 헤어컷(채무탕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듭 확인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채무경감을 검토할 수 있지만 그럴만한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독일 국내 여론도 채무 탕감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전통적 헤어컷’을 언급한 대목은 ‘비전통적 헤어컷’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돼 일부 탕감 방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리스는 지난 2월 기술적 헤어컷으로 규정한 채무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보유한 1420억 유로 규모의 국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연동한 국채로 교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270억 유로 규모의 국채는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바꿔 이자만 갚는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전날 유로존의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에 3년간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세제와 연금개혁조치를 다음 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그리스 개혁안은 제출했지만… 빚 탕감이 막판 걸림돌
입력 2015-07-10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