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버블 붕괴] 국가가 끌어올린 시장, 결국 부메랑 됐다

입력 2015-07-09 20:46

중국 베이징에 사는 톈모(29)씨는 지난 5일 공안에 전격 체포됐다. 지난 3일 자신의 웨이보에 “주식 투자 실패로 베이징 금융가 빌딩에서 투신자살한 사람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게 문제였다고 관영 CCTV는 전했다. 주식 시장 붕괴로 엄청난 손실을 본 개미 투자자들의 민심 동요에 중국 당국이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주가를 끌어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떨어지는 주가에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9일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주식 시장의 공포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가가 끌어올린 증시=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4%로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지만 연말부터 증시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최근 1년 동안 상하이지수는 지난해 7월 11일 저점(2033.00)에서 지난 6월 12일(5178.19) 장중 고점까지 155% 가량 수직 상승했다. 2013년 3월 들어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리커창 국무원 총리 지도부가 주식 시장 띄우기에 주력한 결과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말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동안 연평균 9.7%가량의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느리지만 건강한 성장’을 지향하는 뉴노멀(신창타이·新常態) 시대의 도래를 공식 선포했다. 주시 시장을 띄워 소비를 촉진시키고, 주식 시장을 효과적인 자금 공급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에 따라 증시에 우호적인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금리인하로 돈 풀기는 기본이었다. 중국 증권당국은 지난 4월 ‘1인 1계좌'의 족쇄를 풀어 개인이 20개까지 계좌를 가질 수 있게 하면서 주식 투자를 부추겼다.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통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부풀렸다. 홍콩과 상하이 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인 후강퉁을 시행하며 외국 자본도 끌어들였다. 베이징의 한 경제전문가는 “중국의 경제 여건을 감안했을 때 주가 3500~4000선 이상은 거품”이라며 “현재 상황은 과도한 주가 끌어올리기가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 통제 벗어난 증시=잘나가던 중국 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13일 중국증권감독위원회(증감위)가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에 대한 규제를 확대한 이후부터다. 시장 참여자들은 당국이 신용거래에 손을 대는 게 증시 과열을 입증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투매가 이어졌다. 당황한 당국은 다시 신용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주식거래수수료 30% 인하, 최대 6000억 위안(약 109조원)의 양로보험기금 증시 투입, 공매도 거래 제한, 인민은행의 증권금융공사 지원 의사 표명, 기업 공개 일정 연기 등의 대책들을 쏟아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조치까지 발표됐다. 차이나데일리는 리 총리 주재 국무원 회의에서 “각급 재정(기관)은 비효율적 사용이나 규정 위반으로 회수된 자금 2500억여 위안(약 45조6000억원)을 긴급영역에 투입하는 계획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금융 당국은 이날 신용거래로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에게 대출기한을 재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잇딴 대책에도 정부에 대한 믿음에는 이미 금이 갔고 내놓는 정책들은 역효과만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가를 방어하려는 시도가 단지 큰손들이 주식 시장을 떠날 기회만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장의 힘이 공산당 정부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문제는 경제, 우려 커지는 하반기=리 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유럽 순방을 앞두고 지난달 26일에는 “중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9일 발표된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하면서 전월(1.2%)보다 0.2% 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치(1.3%)보다 웃돌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다소 완화시켰다. 하지만 지난 1일 발표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 전망치(50.4)보다 못 미친 50.2로 집계됐다.

지표마다 엇갈린 모습이 나오면서 오는 15일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7%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국제금융연구원의 천웨이동 부원장은 “2분기에 투자, 소비, 수출 및 공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하락했다”면서 성장률이 6.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외국계 금융기관 32곳이 전망한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평균 6.8%였다.

특히 최근 주가 폭락이 하반기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올해 초 급증했던 주식 거래로 인해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0.5% 포인트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폭락 장세는 상승세보다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전망도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