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 위해 묵언 애당심 강조한 김무성

입력 2015-07-09 17:01
사진=이동희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묵언(?言)’과 ‘애당심(愛黨心)’을 강조하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문 진화에 부심했다. 감정싸움까지 벌어진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서는 안 된다는 강한 주문이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 ‘사퇴의 변’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일부 최고위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갈등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김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또 한번의 절제하는 협조를 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묵언”이라며 설화(舌禍)를 경고했다. 그는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당이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로 결속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는데 더욱 매진하겠다”며 화합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의원들의 뜻을 수용해준 유 전 원내대표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제 우리는 심기일전 해야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당이 단합과 화합을 통해서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청 소통 및 단결·화합을 강조해 불화의 씨앗을 사전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지도부가 일제히 침묵을 주문한 것은 내홍으로 빚어진 상처를 조기에 봉합하지 못할 경우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더 큰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로 비주류 내에서 수평적 당청 관계를 강조한 유 전 원내대표 노선을 지지하는 세력이 확인된 만큼 언제든 갈등의 ‘뇌관’이 폭발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선 유 전 원내대표 사퇴로 수직적 당청관계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정두언 의원은 “당청관계가 복원돼도 어떤 식으로 복원되느냐가 문제”라며 “정부의 잘못된 국정 운영까지 당이 뒷받침하면 당과 정부가 모두 망하는 권위주의 정부의 행태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의 변에서 ‘헌법 1조 1항’을 거론한 것을 두고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6·25 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극동사령관 충돌을 언급하며 “(여권에서) 총사령관은 당 최고지도자로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이고, 원내대표는 정치전선의 야전사령관이다. 둘 사이에서 불화와 불신이 생기면 누가 물러나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순리인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를 위협한 것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정의고 다른 사람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 최고위원은 “이제 일절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얘기를 안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재원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저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이 있지만 떠나간 분에 대해서 또 새로운 말을 보태면 새로운 논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