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2%대 성장 예측했는데…정부만 나홀로 3% 고집 빈축

입력 2015-07-09 16:41 수정 2015-07-09 17:10
한국은행 이주열 부총재가 9일 기자회견에서 올 성장률을 기존의 3.1%에서 2.8%로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추경이 제때 집행되면 성장률 3%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 장관이 발언하는 모습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 등 일시적 요인이 성장저하의 변수긴 했지만 수출부진과 각종 대외악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제체력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에만 매달리며 나홀로 3% 성장을 외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한은은 올 성장률을 2.8%로 하향조정한 데 대해 수출부진과 함께 2분기에 발생한 메르스 사태와 가뭄을 주 요인으로 꼽았다. 서영경 부총재보는 9일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 성장률에서 가뭄이 0.1% 포인트, 메르스는 0.2~0.3% 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2분기 성장률이 기존의 예상치(1%)에서 0.4%로 크게 주저앉으면서 전체 성장률의 하향 조정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3분기 이후부터는 메르스와 가뭄 요인 제거에 따른 기저효과, 추경 등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가 단순한 기저효과로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데 회의적이다.

우선 하반기 초입부터 본격화된 그리스 사태와 중국의 증시 폭락 등 대외 불확실성이 쉽게 소멸될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속한 유로존과 중국은 우리 수출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여서 이들 지역의 경착륙 우려는 그 자체로 악재다.

국내로 눈을 돌려봐도 소득침체, 가계부채 증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위축된 소비 및 투자심리가 메르스가 해소된다고 곧바로 살아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태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르스 충격이 오기 전에도 경제성장률이 3%가 안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세계교역이 위축되는 가운데 중국의 추격과 엔저 등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라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수출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기 어려운데다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 이후에도 2%대 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는 “성장세가 떨어지면서 경제 주체들이 ‘저성장으로 가는가보다’라는 생각에 빠질 것 같아 걱정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지금 돈을 쓸 때냐며 지갑을 닫게 되고 내수기업들은 투자가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도약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여전히 장밋빛 전망에 의존한 채 단기 부양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추경이 제때 집행되면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경제연구기관이 2%대 성장을 예측했음에도 정부 홀로 고집을 피우는 형국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경을 반영한 성장률 전망이 정부와 한은 간 차이를 보이는 점에 대해 “정부가 2분기 성장률이 이렇게 낮아지리라고 예상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스와 가뭄이 어제 오늘 생긴 사안이 아니라 한달 이상 지속된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경제예측 능력이 터무니없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부분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성장률 목표 때문에 경제 구조조정보다 추경이라는 단기책에 치우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재정당국 모두 경기하강에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