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수원삼성은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정대세의 J리그 이적소식과 함께 구단의 경영효율성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원은 지난 8일 전남과의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를 앞두고 “구단과 시미즈 S펄프가 정대세 이적에 대해 합의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시미즈와의 계약조건은 계약기간 3년 6개월에 연봉은 8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수원에 입단한 정대세는 3년간 70경기에 출전해 23골 8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9경기에 출전해 6골을 뽑아내며 수원의 간판 공격수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소속팀 수원도 7경기 연속 무패(4승 3무) 행진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계약기간도 6개월이나 남아있고 시즌 중에 진행된 이적소식에 축구팬들과 수원의 사령탑 서정원 감독은 당황스러워했다.
서 감독은 지난 8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대세가 올 시즌 기량을 되찾았다. 팀의 주축 선수가 시즌도중 이적하는데 어느 팀 감독이 좋아하겠나”라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같은 날 정대세도 기자회견을 통해 “수원에 남고 싶었다. 그러나 수원에서 계약 연장에 대한 오퍼(제의)를 하지 않았다. 그때 시미즈로부터 좋은 제안이 왔다. 축구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원에 남고 싶어 했던 정대세의 이적을 막지 못한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수원삼성은 3~4년 전만 해도 모기업 삼성의 든든한 투자를 앞세운 최고의 구단이었다. 모기업의 막대한 자금의 투자로 K리그의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러나 2011년(322억원), 2012년(301억원), 2013년(280억원)에 모기업 삼성의 지원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2014년 4월 1일 모기업이 삼성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경영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
제일기획은 구단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선수들의 성적위주의 경영효율보다 마케팅을 내세워 독자 생존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명문 구단들에 대한 벤치마킹과 마케팅 전문가를 통해 수익성 증대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제일기획은 이런 정책을 앞세워 홈구장 수원월드컵경기장 2층에 대형 통천을 설치해 팬들의 향상된 관전 환경을 조성했다. 또 초대권 등 공짜표도 없앴다. 선수단 가족도 표를 구입해야 경기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지난달 25일 무료입장권을 없앤 후 치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만 3806명이 경기장을 찾는 성과도 거뒀다.
문제는 제일기획이 선수구성에도 변화를 줬다는 것이다. 선수단의 연봉을 깎고 구단 운영비를 줄이면서 지난 겨울 FA(자유계약선수)시장에도 뛰어들지 않았다. 비싼 선수를 영입하는 카드를 버리는 대신 유소년 육성 등 미래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권창훈, 민상기 외 7명의 유소년 출신 선수들이 성장해 현재 수원의 주전으로 자리 잡는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수익성 위주의 구단운영은 역풍이 되어 돌아왔다. 인력 감축이나 비용 절감 같은 구조 조정을 통해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심해졌다. 심지어 시즌 중에 핵심 공격수 정대세를 J리그 꼴찌 팀으로 이적시키는 투자 위축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났다. 수원 입장에서는 일본 팀들과 머니 파워에 밀려 금전적으로 겨룰 만한 여력 자체가 안됐다.
서 감독은 “정대세가 점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자 서서히 일본팀들이 제안하는 금액이 올라가기 시작했다”면서 “결국은 수원이 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털어놨다.
또한 정대세 이적만큼이나 서 감독은 선수들의 동요를 가장 염려했다. “선수단에 동요가 없을 수 없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무패행진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한번 분위기가 틀어지면 흔들림이 있을 것이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즌 중에 정대세를 대체할 만한 선수의 영입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수원의 고민은 지금부터다. 수원삼성은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구단의 역사를 활용해 구단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좋지만 프로에 있어서 좋은 선수도 곧 수입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될 때이다.
이날 정대세는 “오늘부터 수원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감사하다”라며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정대세의 이별 인사에 수원 서포터스 블루윙스는 ‘정대세 응원가’로 화답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네티즌오브더매치] J리그 꼴찌 팀에게 정대세 내주는 수원…레전드의 시대는 갔다
입력 2015-07-09 15:58 수정 2015-07-09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