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경기만 보면…진기한 장면 연출하는 김기태 감독

입력 2015-07-09 17:27
중계방송 캡처

‘눕기태’부터 ‘기행 왕(王)’까지 다양한 별명의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기상천외한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이런 별명이 붙여졌다.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는 연장 12회 초 기이한 선수 기용이 눈길을 끌었다. KIA의 마지막 공격에서 김 감독은 투수 김광수의 타석 때 조쉬 스틴슨을 대타로 기용했다. 스틴슨은 양현종과 함께 KIA 선발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KIA는 12회 연장까지 가면서 1군 엔트리에 있는 타자를 모두 써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 특이한 장면은 12회 말에 나왔다. 대타였던 스틴슨이 곧바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구상은 빗나갔다. 김광수보다 타격감이 좋다는 판단에 따라 스틴슨을 타석에 세웠지만 넥센 히어로즈의 투수 손승락이 던진 공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마운드에 오른 스틴슨은 고종욱의 끝내기 번트 내야 안타를 허용해 패전의 멍에까지 뒤집어썼다. 선발 일정도 꼬였다. 당초 9일 선발로 나오려던 스틴슨 대신 홍건희가 나섰다.

이전에도 KIA 경기에선 황당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 5월 kt 위즈전에선 진기한 수비 시프트를 보여줬다. 김 감독은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편에 위치시키는 ‘백스톱 시프트’를 시도했다. 혹시나 발생할 폭투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심판진은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제지했다. 이 장면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에 소개될 정도로 회자됐다.

당시 MLB닷컴은 “KIA의 전략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수비수를 파울 지역에 두면서 상대 타자가 크리켓을 하고 있다는 착각하게 빠지게 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심판진을 향한 독특한 항의도 빼놓을 수 없다. 4월 LG 트윈스 문선재가 2루수 최용규의 태그를 피해 2루에 슬라이딩,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3피트 아웃’을 주장했다. ‘주자가 태그당하지 않으려고 베이스를 연결한 직선으로부터 3피트(91.4㎝) 이상 벗어날 경우 주자는 아웃된다‘는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2루 심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김 감독은 3피트가 넘는 자신의 키 180㎝와 비교해 보라며 그라운드 바닥에 누웠다.

김 감독의 새로운 시도는 팀 성적이 안 좋다 보니 기행으로 여겨졌다. 김 감독은 “모든 전략은 이기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