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에는 전 세계 146개국에서 1만3000여명이 출전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가난과 수술 등 역경을 딛고 광주U대회에 나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육상선수 팰런 포르데(25)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육상화마저 장만하지 못했다. 포르데 가족의 한 달 수입은 1140달러(130만원)에 불과하다. 가족 6명의 생활비에도 벅찰뿐더러 어머니가 당뇨까지 앓고 있어서 병원비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200달러짜리 육상화는 그에게 사치였다. 그런데 다행히 동료가 신던 신발을 받아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훈련 중 찢어졌다. 주변의 도움으로 선수촌 인근 구두 가게에 3000원을 내고 수선을 받아 경기에 나섰다.
포르데는 9일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0m 1라운드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21초46)을 세웠지만 4위에 그쳤다. 하지만 탈락 선수 중 제일 빠른 기록으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는 “신발이 찢어진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계속 달릴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큰 것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노력해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도 출전하겠다”며 “신이 주신 달리기 재능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겠다. 세계적인 스타가 돼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보살피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타지키스탄 여자 태권도 선수 칼림머바 모흐루(21). 그녀 역시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식당 청소 부업을 병행하면서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모흐루는 타지키스탄 국가대표를 맡은 전정휘 감독의 권유로 2010년 태권도에 입문해 두각을 나타냈고, 운 좋게도 한국 나사렛대로 태권도 유학을 왔다.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조국에 최초로 동메달을 선사하기도 했다. 모흐루도 광주U대회에 못 나올 뻔 했다. 타지키스탄은 당초 광주U대회에 124명을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일반인들이 선수단을 사칭해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일이 생기자 선수단 파견을 취소했다. 하지만 모흐루를 포함한 태권도 선수 세 명은 이전부터 한국에서 훈련한 것을 인정받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모흐루는 여자 73㎏급에서 메달 획득을 노린다.
호주의 펜싱선수 사이먼 케이폰(22)은 대만에서 고아로 태어나 호주로 입양된 후 팔꿈치 부상과 림프암 수술을 딛고 운동선수로서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모규엽 기자, 온라인편집 박구인 기자 hirte@kmib.co.kr
U대회 이색 외국선수들, 찢어진 운동화로 뛰고 늦게까지 식당 부업
입력 2015-07-09 15:10 수정 2015-07-09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