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이 없었다. 아니 누구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가슴에 ‘근조’ 글씨가 적힌 검은 리본을 달고, 영정 앞에 흰국화 한 송이씩을 놓았을 뿐이었다. “일동 묵념, 바로.” 잠시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지만 눈가는 이미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9일 오전 10시 전북 완주군 소재 지방행정연수원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 선 ‘제15기 중견리더과정’ 공무원 110여명은 타국에서 갑자기 세상을 등진 9명의 동료를 영정사진으로 만났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연수 중 버스 추락 사고를 당한 지 8일 만이었다. 깊은 호흡을 하고 분향소 앞에 섰지만 먹먹한 가슴을 가눌 수 없었다.
마지막 인사를 마친 이들은 614호 강의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2월부터 반년 가까이 함께 웃으며 수업을 받던 곳이었다. 간단한 인사만이 오간 뒤 강의실엔 침묵과 침통함만이 흘렀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 앉았지만 몇몇 의자엔 끝내 주인이 찾아오지 못했다. 그 책상들 위에는 각종 자료와 필기구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공무원들은 아직도 ‘그 날’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만 감아도 사고 현장이 떠오르고, 선했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결국 귀국한 뒤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 공무원은 “맨 뒤 버스를 타고 가다 사고 수습을 도왔는데 사고 생각도 나고 돌아가신 분들도 생각이 나 밤마다 술이 없이는 잠들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공무원은 “취미반에서 당구를 함께 배운 12명 가운데 3명이 이번에 눈을 감았다. 그분들의 말투와 웃음과 손길이 눈에 선하다. 그분들이 안 계신다는 것이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공무원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심리치료에 들어갔다. 연수원 관계자는 “연수생들의 심리적 안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7월에 예정된 교육에 앞서 심리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다음 주부터야 정식 일정에 맞춰 수업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연수생들은 중국 연수 중 지난 1일 지안에서 버스가 다리 아래로 추락하는 바람에 동료 공무원 9명을 잃었다. 당시 사고로 모두 11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숨진 공무원들의 시신은 지난 6일 국내로 운구돼 자치단체별로 장례식이 엄수됐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버스 사고 연수생들 복귀 분향소 앞에서 침통
입력 2015-07-09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