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2회 ‘동업자 정신’ 보여준 넥센… 팔 부상 최용규 ‘1군 말소’

입력 2015-07-09 10:29 수정 2015-07-09 16:58

6회말부터 계속된 넥센 히어로즈의 찬스, KIA 타이거즈는 1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대량 실점의 위기를 불팬의 호투로 막아냈다. 승부는 12회말에 갈렸다. KIA를 악착같이 몰아붙이던 넥센의 끝내기 득점이 나왔다. 안타가 아닌 희생번트에 의한 득점. 그래도 끝내기는 끝내기다. 하지만 12회 연장승부를 마무리 짓는 장면은 조용했다. 승리의 기쁨보다 걱정 어린 시선이 넘쳤다.

양팀의 3-3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12회말 넥센의 마지막 공격은 예기치 못한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KIA는 외국인 선발 투수 조시 스틴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경기를 무승부로 끝내기 위해 강수를 쓴 것이다. 하지만 스틴슨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첫 타자 김하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8회 동점타의 주인공 유한준에게 내야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고종욱은 예상대로 희생번트를 댔다. 1사 2, 3루로 바뀌는 듯한 상황에서 1루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투수 앞으로 굴러온 번트 타구를 스틴슨이 잡아 1루로 송구했지만 베이스커버에 들어갔던 2루수 최용규의 글러브를 낀 왼팔이 달려오는 고종욱과 부딪히며 꺾였다. 팔에 충격을 입은 최용규는 쓰러지면서 공을 떨어뜨렸고 그 사이 3루에 들어섰던 김하성이 홈으로 달려들었다. 끝내기 득점이 됐다.

보통 때라면 넥선 선수들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물을 뿌리거나 하며 승리를 자축했겠지만 세리머니는 없었다. 중계방송을 하는 캐스터나 해설자도 잠시 말을 아꼈다. 그라운드로 나온 넥센 선수들은 KIA 최용규가 쓰러져 있는 1루 베이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한 뒤 조용히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결승 득점을 이끈 번트를 댄 고종욱 역시 최용규의 상태가 걱정됐는지 어두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를 지켜본 야구팬들은 넥센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승리의 기쁨보다 상대팀 동료의 부상을 걱정한 배려에 “동업자 정신이 이런 것” “정말 보기 좋은 장면”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1루 베이스커버를 하다 팔이 꺾인 최용규는 경기 직후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상태는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IA 구단 관계자는 “최용규가 팔 부상으로 경기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군 엔트리에서 빠질 수도 있다”며 “병원에 다시 한번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 봐야한다”고 전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