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명물 ‘홍성대장간’이 3대로 이어지고 있다.
홍성군 홍성읍 대교리 시장통에 있는 홍성대장간은 무형문화재 제41-2호인 대장장 모무회(69)씨의 부친이 1943년 고모부의 작업장을 물려받은 뒤, 60년부터 모씨가 대장장으로 입문해 반세기 넘게 운영하는 곳이다. 얼마 전부터 모 씨의 아들 영서(43)씨가 아버지와 함께 쇠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모무회씨는 9일 “아버지 때부터만 따져도 60년 넘게 이어온 가업이 내 대로 끝나는가 했는데 몇 해 전 객지에 살던 아들이 내려왔고, 지금은 간단한 건 아들이 다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가업을 잇게 돼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홍성대장간이 3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수입이 줄고 일이 힘에 부치면서 문을 닫을 위기도 여러 차례 넘겼다.
선친과 함께 쇳물을 다루던 때는 인근에 대장간 네댓 개가 있었지만 모두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가장 큰 위기는 1994년 두 차례 화재가 나 가게가 거의 다 타 버렸을 때였다. 선친이 돌아가신 것도 그 무렵이었다.
모 씨는 “홍성읍 소유 땅이라 건물이 무너져도 새로 지을 수가 없어 자칫 문을 닫고 나가야 할 판이었다”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읍 소유 땅을 불하받아 대장간을 새로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쇠망치를 두드리는 일이 힘겨워졌을 때는 아내 강복자(67)씨가 힘이 돼 줬다.
모 씨는 가게에서 손님을 맞는 아내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집계로 벌겋게 단 쇳덩어리를 잡고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면서 내 망치질을 받아줬다”고 말했다.
벽에는 아내와 함께 일하는 사진이 걸려 있다. 누군가 우연히 가게에 들렀다가 사진을 찍어갔고 얼마 뒤 사진전에서 입선을 했다며 액자에 넣어온 것이다. 아내가 가끔 허리를 두드리면 험한 일을 많이 한 탓인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도 아내도 나이가 들면서 철물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무렵 ‘기계 해머’를 들여와 일손을 덜 수 있었다.
기계 해머는 재봉틀 바늘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전기 모터에 연결된 해머가 수직운동을 하면서 불에 달군 쇠를 담금질하는 기계이다.
모씨는 2008년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으면서 무형문화재가 됐고, ‘홍성의 명물 대장간’ 소리를 들으며 고생 끝에 오는 낙을 경험했다.
가업을 고민하던 모씨는 언젠가 객지 생활을 하던 아들 영서씨에게 대장간 일을 맡아 줄 것을 조심스럽게 권했고, 잠시 고민하던 아들은 3년 전 흔쾌히 홍성에 내려왔다.
영서씨는 그라인더를 돌리거나 기계 해머를 작동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 익혔지만, 쇠를 불에 달구고 담금질하다 물에 식히면서 원하는 모양의 도구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아들이 기술을 다 익히려면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말에 모씨는 뜸도 안들이고 “한 30년 해야지”라고 대답했다.
홍성=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단절 위기 ‘홍성대장간’ 3대로 이어진다
입력 2015-07-09 10:50 수정 2015-07-09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