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극 인정” 리어카 할머니와 차주 사건 전말

입력 2015-07-09 10:11
A씨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글. '리어카 할머니를 배려한 차 주인'이라는 미담으로 인터넷에 빠르게 확산됐다.

자신의 차를 리어카로 긁은 할머니를 배려한 차주의 미담이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처음 글을 올린 A씨는 가게 홍보가 아닌 페이지 활성화를 위해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를 삭이기엔 역부족이었다.

8일 한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좋아요 20만개 넘은 감동 글의 실체’라며 메신저 대화를 캡처한 이미지가 여러 장 올라왔다. 마음 따뜻한 차 주인으로 화제가 된 A씨가 “이제 다들 손님 받을 준비해라” “팔로우 3천 늘고 내 글 좋아요 21만” “뉴스에 뜸. 엄청난 광고효과다” 등의 문자를 보낸 모습이다.

이에 A씨 지인들은 “할머니를 섭외해라” “이거 걸리면 매장 당한다” “조심 또 조심” 등의 말로 답해 마치 자작극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같은 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리어카 사건이 거짓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자신이 재밌는 광경이나 사연을 보면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올리곤 했다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가게 홍보라는 비난에 대해 “해당 업체와 저는 광고주와 의뢰인의 갑을 관계”라며 페이지 홍보를 위해 꾸민 일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5일 A씨는 리어카로 자신의 차를 긁은 할머니가 ‘전화 달라’는 메모를 남겼다며 오히려 할머니를 걱정하고 감싸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당 글은 2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미담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할머니의 글씨라고 보기에는 어색한 메모와 A씨가 한 업체의 최고경영자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 등이 조작 의혹을 키웠다. 이후 메신저 대화가 공개되고 본인도 자작극임을 인정하자 네티즌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조작된 글을 모두 삭제했지만 인터넷에선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네티즌은 “사과문이라기보단 변명성 글”이라며 “광고업체가 이미지에 손상 가는 짓을 했는데도 해당 업체가 가만히 있다면 100% 저 사람과 가족관계이거나 본인이거나 둘 중 하나”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페이스북에서 처음 글을 봤을 때 차주가 정말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자작극으로 유명세를 타서 광고주들로부터 돈 받고 홍보해주는 사람이었다. 안타깝다”고 적었다.

A씨가 ‘광고주’라고 표현한 업체는 9일 현재 포털사이트 위치정보에서 삭제된 상태다. A씨는 새로운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